29억2010만원. 지난해 대한민국 순자산 상위 1% 기준이다.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을 말한다. 2020년(26억1000만원)과 비교하면 기준점이 3억1000만원가량 높아졌다. 또 은행·증권사는 물론, 항공사와 백화점 등에서 VVIP라고 여겨지는 상위 0.1% 가구의 순자산 커트라인은 77억원이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분석해서 7일 펴낸 ‘2022 대한민국 상위 1% 보고서’ 내용의 일부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코로나 이후 유동성 공급 증가로 상위 1% 가구의 순자산 커트라인은 1년 새 12%가량 불어났다”면서 “순자산 중 집의 가치는 공시가격보다는 시가로 답한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순자산 상위 1%를 찍은 부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나이로 보면 60대가 34.6%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50대(25.3%), 70대(21.4%) 순이었다. 3040세대의 비율은 높지 않았다. 또 10가구 중 9가구는 자기 아파트에 살고 있고, 평수는 50평대가 제일 많았다.

상위 1% 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51억원 ,평균 부채는 4억7000만원으로 부채비율은 9.2%를 기록했다.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비율(17.5%)과 비교하면 가계 건전성이 매우 양호한 편이었다.

다만 자산 구조에 나타나는 대한민국 특유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상위 1% 가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위 1% 가구는 금융자산 17.8%, 실물자산 82.2%를 보유하고 있어 부동산 중심의 자산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의 경우 거주 주택 비율이 30.6%고, 거주 이외 부동산이 48.1%를 차지해 거주 주택 비율이 높은 일반 가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상위 1% 가구의 생활비는 월평균 479만원 정도였다. 주요 소비 항목을 보면, 식비가 14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교육비(67만원), 주거비(56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녀 양육이 한창인 30~50대의 교육비만 따로 떼어 계산할 경우 월 161만원으로, 해당 연령대의 식비(월 162만원)와 맞먹을 정도로 높은 지출 항목이었다.

상위 1% 가구는 월 평균 750만원 정도의 잉여 자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9000만원 정도로 이는 전체 가구 평균의 4배가 넘는다. 소득에서 생활비와 세금 등을 다 제하고 나서도 이 정도의 투자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당연히 이 돈은 주식 투자나 부동산 같은 각종 재테크에 쓰이게 된다.

한편, 상위 1% 가구도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같은 비소비지출은 골칫거리였다. 경상소득 중 비소비지출은 6604만원으로, 일반적인 생활비 지출(5746만원)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비소비지출 중에서는 세금이 연 3940만원을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전체 평균(연 368만원)과 비교하면 10.8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