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갚아야 할 대외 부채는 70억달러(약 8조6000억원). 하지만 외화 보유액은 19억달러(약 2조40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동남아의 타히티’로 불리는 인구 2200만명의 섬나라 스리랑카의 현재 경제 상황이다. 관광 산업 의존도가 컸던 스리랑카는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고 외화 부족으로 원자재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민생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급기야 12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대외 부채에 대한 일시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리랑카는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 제공되기 전까지는 510억달러(62조9000억원)에 달하는 대외부채 상환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는 “하드 디폴트(민간 채권단이 전면 손실을 보는 실질적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대외 부채 지급을 일시 유예한다”라며 “제한된 외화 보유고를 연료와 같은 필수 품목을 수입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스리랑카는 현재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7일 스리랑카 루피화가 올 들어서만 32% 하락하면서 사상 최저치(record low)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코로나로 망가진 경제를 살리겠다며 국채를 발행하고 포퓰리즘 감세 정책까지 펼쳤다. 하지만 오히려 물가는 급등했고 외화는 더 부족해졌다. 지난 달 스리랑카의 물가 상승률은 18.7%까지 치솟았고 특히 식품 물가는 30% 넘게 올랐다. 지난 달엔 연료 부족으로 화력 발전소 가동이 중단됐고, 가뭄으로 수력 발전소도 정상 가동되지 않으면서 최대 13시간에 달하는 순환 단전 사태까지 일어났다.
일부 야권 정치인들과 시민들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이 같은 경제 위기를 초래했다며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치안·공공질서 보호, 필수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며 비상 사태를 선포했고 전국적으로 통행 금지령까지 발동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전국 곳곳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경제난 타개를 위해 인도, 중국 등에서 긴급 자금을 동원할 방침이다. 또 IMF에서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협상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