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가치가 낮아진 일본 부동산을 중국인들이 몰려와 사서 외국인 전용 리조트로 만들고 일본인은 리조트 직원으로 일하는 그런 슬픈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첨단 기술을 보유한 해외 유수 기업을 사고 싶어도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일본은 기술을 손에 넣지 못하게 되면서 점점 국제적 지위가 낮아진다.”

13일 일본 경제 유튜브는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엔화 가치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유튜브가 원래 누구나 자유롭게 발언하는 무대라고는 하지만, 이날 일본 경제 유튜버들의 발언은 과격하다 못해 공포스러웠다.

유튜브 산데머니채널의 산데씨는 “엔저는 일본인의 초궁핍화로 이어진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월급이 오르지 않는데, 싸구려 일본 엔화를 받아가며 외국인을 위해 헐값 노동을 하는 비참한 미래가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엔저가 지속되면 생활 코스트가 늘어서 우리들을 결국 가난하게 만든다”면서 “자산을 지키려면 본인 스스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3일 오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 달러 환율은 달러당 126엔대까지 올라 2002년 5월 이후 19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연합

일본 언론은 물론이고, 일본 유튜브까지 난리가 난 이유는 이날 장중에 일본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26엔대까지 올라 2002년 5월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하순만 해도 114~115엔 수준이었는데 최근 한 달 새 급격하게 올랐다. 이날 한국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도 974원선까지 떨어졌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려는 움직임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서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는 이날 오후 열린 신탁회의에서 “지금의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을 끈질기게 이어가서(粘り強く続ける) 경제 회복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뜻이다.

국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강세를 보여왔던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의 위상이 달라졌다./연합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 수입 물가를 낮추려는 미국이 일본의 엔저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미 흑자로 엔화 강세(엔고) 압력이 가해졌던 플라자 합의와 2015~2016년과는 달리 미국은 현재 엔화 약세를 저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일본은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하회하고 있다”면서 “원유 가격 상승으로 42년 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현재의 금융완화 기조를 변경하는 데엔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일본 내부에서는 엔저 압력을 약화시킬 정책 대응이 많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라카마 다이스케(唐鎌大輔) 미즈호은행 치프 이코노미스트는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역적자의 주원인은 원자력 발전소 정지에 따른 에너지 수입 증가 때문”이라며 “원전 재가동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엔저를 막기 위해 원전을 재가동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앞으로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좀처럼 멈추지 않는 엔저 때문에 일본 정부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은 지난 13일 저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환율 안정은 중요하다, 너무 급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