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인 ‘TIGER 차이나 전기차 SOLACTIVE’가 올 들어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ETF는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반면 지난해 빛을 보지 못했던 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에 투자하는 ETF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TIGER 차이나 전기차 SOLACTIVE의 올해 수익률은 -23.7%였다.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순매수한 상위 5개 ETF 중에서 가장 낮은 수익률이다. 지난해 개인들은 이 ETF를 2조4006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이는 순매수 2위인 ‘TIGER 미국 테크 TOP10 INDXX(8067억원)’의 거의 3배 수준이었다. 지난해 개인 투자자 순매수 4위였던 ‘TIGER 글로벌 리튬&2차전지 SOLACTIVE(6090억원)’ 역시 올 들어 수익률이 -12.5% 수준이다.

◇개인들은 ‘저가 매수’

지난해 TIGER 차이나 전기차 SOLACTIVE는 51.5%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올 들어서 수익률이 저조한 상황인데, 아직은 반등의 조짐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1개월 수익률도 -8.3%로 다른 전기차·배터리 ETF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수익률이 저조한 상황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이 ETF를 559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ETF 중에서 개인 투자자 순매수 2위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TIGER 차이나 전기차 SOLACTIVE가 여전히 장기 투자 대상으로는 매력이 있지만, 단기간에는 가격이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중국 내 코로나 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가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공장이 위치한 상하이나 창춘 등에서 ‘봉쇄령’이 발령되면서 생산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것 역시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국 내수 시장을 사실상 ‘독식’했다. 그런데 앞으로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경우 중국 기업들이 해외 전기차·배터리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반등 성공한 국내 배터리 ETF

최근 1개월 수익률은 국내 전기차·배터리 ETF가 동일 업종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 ETF보다 높은 수준이다. ‘TIGER KRX 2차전지 K-뉴딜 레버리지’의 수익률은 20.4%로 가장 높았고, ‘TIGER 2차전지 테마(13.6%)’와 ‘KODEX 2차전지 산업(12.2%)’의 수익률도 두 자릿수였다. ‘KINDEX 친환경 자동차 밸류체인 액티브(9.9%)’와 ‘HANARO Fn전기&수소차(5.3%)’ 등도 좋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KINDEX G2 전기차&자율주행 액티브(-2.6%)’나 ‘TIGER 글로벌 리튬&2차전지 SOLACTIVE(1.9%)’ 등보다 수익률이 높았다.

일단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경문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리서치부장은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개화기’로 향후 5년간 판매량이 10배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 기업뿐 아니라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성장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기후 변화 대응 차원에서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미국 시장 등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작년에도 국내 기업들이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배터리 기업의 ‘기술력’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중국과 국내 기업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중국은 배터리 생산 관련 풍부한 제조 경험과 많은 엔지니어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 성장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