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엔화가 많이 싸졌는데 이럴 때 조금씩 사두고 나중에 일본 여행 갈 때 쓸래요.”(50대 회사원 이모씨)

일본의 엔화 가치가 20년래 최저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14일, 금융회사 상담 창구에는 일본 투자와 관련된 상담이 줄을 이었다.

지난 1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26엔대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하며 지난 2002년 5월 이후 2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외환시장에서도 원·엔 환율은 이날 100엔당 974원 선까지 하락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00엔당 1000원 선이 깨진 것은 2018년 이후 4년 만”이라며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커지면서 달러 수요가 늘고, 인플레 압박이 심한 미국이 (엔화 약세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엔저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국내 기업과 개인들이 엔화가 쌀 때 사두겠다며 수요가 늘고 있다. 투자 목적보다는 향후 필요할 때를 대비해 미리 환전해 예치해 두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작년 말 6억8000만엔이던 엔화 예금 잔액이 석 달 만에 8억5000만엔으로 부쩍 늘었다. 엔화 예금은 이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3개월 증가분이 1000만엔도 안 됐는데, 이번엔 1억7000만엔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엔화 가치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환테크 용도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테크 전문가 박현욱씨는 “과거 엔화는 안전 자산으로 통했지만 엔화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자산들이 많이 나오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어 엔화를 매수해도 수익이 크지 않아 환테크로는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지속해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BOJ 총재는 지난 13일 열린 회의에서 “지금의 강력한 금융 완화 정책을 끈질기게 이어가서 경제 회복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