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치킨집’
어느 학교를 나오든, 어떤 직업을 갖든 은퇴하면 결국 프차(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차린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한국 치킨집은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많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은퇴자들의 단골 창업 종목 중 하나다. 치킨은 국민 간식이어서 수요가 꾸준하고, 특별한 전문 기술이 필요 없어 손쉬운 창업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치킨 프차를 운영하고 있거나 정리한 자영업자들은 ‘너무 힘들다’면서 치킨집 창업을 말린다. (치킨집을 차리느니) 차라리 티맥스(오토바이)를 타고 배달대행을 하는 게 낫다고까지 말한다.
자영업자 100만명이 모여 있는 ‘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에는 “남는 게 하나도 없어서 결국 사장이 직배(직접배달)까지 하게 될 것”이라거나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돈을 못 버는 탑업종이 치킨집”, “본사와 배달앱만 배불리고 세금만 엄청 내고 업주는 1도 남는 게 없는 게 치킨집”이라는 부정적인 조언들이 쏟아진다.
치킨 프차 사장님들의 ‘힘들다’는 하소연을 이해하려면, 지난해 치킨 프차 본사들의 실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년 국내 치킨업체들은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가격 인상을 단행해 ‘치킨값 2만원 시대’를 열었다.
국내 빅3 치킨업체들의 실적을 분석하기 전에, 지난 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영업이익률부터 알아둘 필요가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 시장의 690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률은 8.1%였다. 즉 1000원 어치를 팔아서 80원 가량을 마진으로 남겼다는 얘기다. 참고로 미국 S&P500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12% 정도다.
빅3 치킨 프랜차이즈 중에 장사를 가장 잘한 곳은 bhc치킨이었다. 지난해 매출 4771억원, 영업이익 153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2.2%. 증권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 32%는 거의 미국의 애플이나 구글급”이라고 말했다. bhc치킨은 지난해 치킨값을 1000~2000원씩 올렸고,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값도 7차례에 걸쳐 올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bhc치킨은 사모펀드(MBK파트너스)가 주인”이라며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장기적인 미래 전략보다는 비용 절감 등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bhc치킨이 속해 있는 bhc그룹은 아웃백과 창고43 등을 운영하고 있다. 2년 전 406억원 수준이었던 bhc그룹의 배당금은 지난해 750억원으로 약 85% 증가했다.
최근 윤홍근 회장이 ‘치킨 한 마리에 3만원대가 적당하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던 BBQ 역시 지난해 매출 3624억원, 영업이익 60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영업이익률은 16.8%. bhc치킨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상장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BBQ는 지난해 교촌과 bhc가 가격 인상을 단행할 때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며 동결했지만 지난 2018년에 가격을 단독으로 올렸다.
빅3 치킨 프랜차이즈 중 유일한 상장사인 교촌치킨은 지난해 매출 4935억원, 영업이익 28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미국, 중국 등 해외 직영법인 실적까지 더하면 5000억원이 넘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5.7%로, 빅3 치킨 프차 중에 가장 낮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교촌치킨은 창업주의 경영 철학에 따라 가맹점들이 잘 되어야 장기적으로 회사도 성장한다고 보고 적정한 마진을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내 치킨집 평균 폐업률이 거의 80%에 육박하지만 지난해 교촌치킨은 폐점 가맹점이 없어 폐점률이 0%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