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전자와 네이버 주식을 매수한 회사원 김모(38)씨는 “요즘 주식 계좌를 보면 울화가 치민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투자 수익률은 -15%고, 네이버는 -12%다. 김씨는 “테슬라나 애플 등 미국 유명 기업에 투자했으면 이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에게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미국 대표 빅테크 기업인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에 투자했더라도 종목에 따라 수익률이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이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의 미국 빅테크 기업 투자 수익률은 들쭉날쭉했다.
서학개미가 2020년과 2021년에 순매수한 해당 주식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순매수 평균 가격(전체 순매수 금액을 순매수 주식 수량으로 나눈 값)과 13일 종가를 비교해 본 자료다.
애플의 투자 수익률은 2020년 순매수한 주식의 평균적인 수익률은 72.2%, 2021년 순매수한 주식은 27.6%에 달한다.
반면 페이스북(메타)은 2020년에 순매수한 주식도 투자 수익률이 -0.3%에 그쳤고, 지난해 순매수한 주식의 수익률은 -36.7% 수준이다.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면 성과가 난다’고 믿고 삼성전자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후회하는 것처럼 페이스북 등 해외 빅테크 기업에 투자한 서학개미들도 수익률에 실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빅테크 기업 내에서도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차이가 서학개미의 투자 수익률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FAANG도 투자 시기별 수익률 천차만별
전기차 업계를 리드하고 있는 테슬라의 투자 수익률은 2020년 순매수분(220.7%)과 2021년 순매수분(14%)이 일반적인 시장 수익률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반면,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넷플릭스의 투자 수익률은 크게 악화됐다. 서학개미가 2020년에 산 넷플릭스 주식의 투자 수익률은 -26.2%다. 원래 페이스북과 넷플릭스는 소셜미디어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을 상징하는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후발 주자들과의 경쟁 속에서 성장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미국 빅테크 기업의 수익률도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종목이나 투자 시점에 상관없이 ‘무조건 우량’한 것은 아니었다. 서학개미가 2020년에 산 아마존 주식의 추정 수익률은 2.2%에 불과하다. 같은 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삼성전자 주식의 투자수익률(26.9%)보다 낮다. 구글(알파벳) 역시 2020년에 순매수한 서학개미의 투자 수익률은 98.5% 수준으로 높지만, 지난해 순매수했다면 수익률이 -3.1% 수준이다.
◇ETF로 리스크 줄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등 간접투자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단일 종목에 대한 투자의 경우 종목이나 투자 시점을 잘 선택했다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서학개미 투자 수익률도 종목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것처럼, 중소형주 투자가 아니더라도 단일 종목에 대한 집중 투자는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대표 지수 ETF들의 경우 서학개미 투자 수익률이 개별 종목에 비해 안정적인 수준이다.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가장 대표적인 ETF인 SPDR S&P500 ETF는 2020년 순매수분의 추정 수익률이 39.7%다. 지난해 순매수분의 투자 수익률도 3.9%다.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 시장의 대표 종목 100개로 구성된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ETF도 2020년 서학개미 순매수분의 추정 수익률이 32.8%다. 올 들어 금리 상승 등으로 기술주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경우가 많았지만 서학개미가 지난해 순매수한 인베스코 QQQ의 추정 수익률도 -3.9%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