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갓 올라온 순진한 처녀들부터 규동(쇠고기 덮밥)에 중독시켜야 한다. 남친이 생겨서 비싼 밥을 얻어 먹으면 절대로 (규동을) 먹지 않을 테니까.”

한국에서 상장사 임원이 이런 민감한 발언을 했다면, 해당 기업의 주가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과연 일본에선 이런 논란 이후, 주가가 어떻게 움직였을까.

위의 발언은 일본의 유명한 규동 프랜차이즈 업체인 요시노야(吉野家)의 이토우 마사아키(伊東正明) 상무가 지난 16일(토요일) 와세다대 주최의 일반인 대상 강좌에서 한 것이다. 1899년에 설립된 요시노야는 400엔(약 4000원) 정도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저가 식당이다. 마치 한국의 ‘김밥천국’ 같은 곳이다.

주말에 열린 외부 강좌에서 강사로 나선 이토우 상무는 젊은층이 요시노야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에 대해 강연했다.

그런데 주말에 해당 강좌를 수강한 한 수강생이 “이토우 강사는 젊은 여성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말하면서 ‘시골에서 갓 올라온 세상 물정 모르는 처녀를 규동에 중독시켜야 한다, 남친이 생겨 비싼 밥을 얻어 먹으면 (규동 같은 저가 음식은) 안 먹게 되니까’라고 웃으면서 여러 번 말했다”고 SNS에 올렸고, 이 내용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논란이 됐다. 해당 사건을 심층 보도한 기사에는 네티즌 댓글이 7000개 넘게 달리는 등 파문이 일었다.

일본의 유명한 규동 프랜차이즈인 ‘요시노야’ 임원이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편한 마케팅 전략을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 이후 요시노야 홀딩스 주가는 약 3% 하락했다.

상장사 임원의 부적절한 발언 여파로 요시노야를 운영하고 있는 요시노야홀딩스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18일엔 전날보다 1.31% 하락한 2413엔에 마감했고, 19일에도 1.7% 하락해 2373엔에 마감했다. 19일 오전 장중 한때 주가가 2309엔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장 막판에는 반등에 성공했다.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는 “일본의 요시노야는 논란이 터지자마자 바로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고 해당 임원을 사흘 만에 해임하는 등 초강수를 두어 소비자 불매운동 혹은 주가급락 사태를 잘 막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요시노야는 논란이 불거지자 18일에 임시이사회를 빠르게 열었고, 다음 날인 19일에는 논란을 일으킨 임원을 즉각 해임했다.

요시노야는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서 “자사 임원이 인권과 젠더 문제 관점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직무상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면서 “주주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GS25 편의점 운영사인 GS리테일의 최근 1년 주가 추이. 작년 6월 최고점(3만9800원) 대비 현재 주가는 27% 하락했다.

일본의 요시노야 임원 막말 사태는 지난해 남성 혐오 포스터로 논란을 샀던 한국의 GS25 편의점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GS25 편의점은 5월의 캠핑 이벤트를 알리는 홍보 포스터에 남성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이미지를 넣어 ‘남혐 논란’을 일으켰다.

1년 전에 터진 이 사건 이후, 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주가는 어떻게 변했을까. 최근 1년 동안의 주가 그래프를 보면, GS리테일은 논란 이후 좀처럼 예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6월 최고점(3만9800원) 대비 19일 종가(2만9000원)는 27% 하락한 상태다.

그렇다면 CU편의점을 운영 중인 BGF리테일은 같은 기간 주가가 어땠을까. 작년 6월에 최고점(19만3000원)을 찍었던 BGF리테일은 작년 최고점 대비 19일 주가 하락률이 8% 정도다.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최근 1년 동안의 주가 추이. 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GS리테일 주가와 뚜렷하게 다르다. 증권가에서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실적 성장과 인플레이션 방어주로서 매력을 갖췄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기주 대표는 “GS리테일은 포스터 논란 이후 고의가 아니라면서 편의점 사업부를 담당하던 조윤성 사장을 조직 개편을 통해 플랫폼BU라는 오프라인 사업을 총괄하게 했고, 포스터를 제작한 마케팅 팀장은 보직해임 중징계를 받았지만 해고하지 않는 등 허술한 대응으로 소비자들에게 반발을 샀다”면서 “일본 요시노야 사례를 보면 결국 소비자 혹은 소액 주주가 원하는 것은 기업을 망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대응을 잘 하는 기업에는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이 아니라 구매운동, 이른바 ‘돈쭐운동’에 나서는 만큼, 기업들은 성큼 다가온 소비자 주권 시대를 위기이자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이벤트 포스터에 남성을 비하하는 의미의 이미지를 담아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수정 전후의 포스터./GS리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