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2020년 3월 19일 코스피는 장중 1439.43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이나 기관이 파는 주식들을 사들이며 증시 반등세를 이끌자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은 지난해 상반기에 코스피가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하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 투자자 수는 1374만명으로 2019년 말(614만명)의 2배가 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그렇다면 2020년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수익을 냈을까.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19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국내 주식을 160조616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그런데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 평균은 -3.7% 수준에 머물렀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울었다
2020년부터 지난 19일까지 개인 투자자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중 5개 종목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종목별 전체 순매수 금액을 순매수 주식 수량으로 나눠 구한 ‘평균 순매수 가격’과 지난 19일 종가를 비교해 수익률을 추정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액면분할을 해 정확한 수익률 추정이 어렵기 때문에 제외했다.
1위 삼성전자 보통주(50조842억원 순매수)의 수익률이 -6.5%에 그쳤고, 2위 삼성전자 우선주(12조1932억 순매수)의 수익률도 -1.5%였다. 삼성전자 보통주 주가가 4만2500원까지 하락했던 2020년 3월에 투자를 했다면 현재 주가 수준에서도 여전히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겠지만, 주가가 9만1000원까지 올랐던 지난해 1월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60조원 이상 순매수한 1, 2위 종목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순매수 규모를 고려한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 평균도 크게 하락한 측면이 있다. 현대모비스(-21.6%), LG전자(-16.3%), 엔씨소프트(-29.9%) 등에 대한 투자에서도 손실을 보고 있는 개인 투자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10개 종목 중 현대차(11.9%), 네이버(1.8%), SK하이닉스(13.4%), 기아(36.8%) 등 4개 종목에 대한 투자에서는 수익을 낸 개인 투자자들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의 경우 2020년 이후 평균 순매수 가격과 19일 종가가 2만1700원으로 같은 수준이었다.
◇세금·수수료 급증, 정부와 거래소 웃었다
2년 이상 이어진 동학 개미 운동으로 정말로 ‘수익’을 낸 것은 정부와 한국거래소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급하게 정부 재정을 투입할 일이 많았던 2020년과 2021년 증권거래세 세수 호황은 정부의 재정 운용에 큰 도움이 됐다. 개인 투자자를 포함한 모든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 때 거래 대금의 0.23%를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로 낸다. 수익을 내지 못하고 오히려 손실을 봤다고 해도 증권거래세는 내야 한다. 2020년에도 이러한 세수가 12조374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15조5957억원으로 더 불어났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거래수수료 수입도 전년 대비 더 늘었다. 한국거래소는 주식을 사고팔 때 거래 대금의 0.0027%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수입은 2020년 3714억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5986억원으로 더 늘었다.
다만 지난해 4분기에는 삼성전자 등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소액 주주 수가 감소하는 등 동학 개미들이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로 변신하거나, 가상 화폐 등 다른 투자처를 찾아 이동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의 증권거래세수나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수입이 올해는 2020년이나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