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주식 등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환노출형 ETF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된 환헤지형 ETF와 달리 환노출형 ETF는 투자 대상국 화폐의 가치가 상승하면 추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환헤지형 ETF는 종목명 끝에 ‘(H)’가 붙어 있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21%)을 기록했다.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H)의 수익률은 18%로 3%포인트가량 낮았다. 두 ETF는 기술주 위주의 미국 나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나스닥100 지수 하루 수익률의 2배만큼 수익이 나는 동일한 구조의 상품인데, 달러 강세 때문에 환노출형인 TIGER ETF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
◇환율 상승으로 환노출형 웃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ETF의 경우 환노출형의 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 ETF 중에서도 환노출형인 KBSTAR 미국S&P500(-3.5%), KINDEX 미국S&P500(-3.6%), TIGER 미국S&P500(-3.7%) 등 환노출형 ETF의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의 수익률이 환헤지형인 ARIRANG 미국S&P500(H)의 수익률(-5.8%)보다 높았다.
올 들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1월 3일 1191.8원에서 지난 20일에는 1236.1원까지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달러에 대한 환노출이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주식 시장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안전 자산인 달러 가치는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지난달에도 나스닥 100 지수가 하락할 때 달러 가치는 상승하면서 나스닥100 지수 추종 ETF의 수익률 하락을 일정 부분 상쇄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에 투자하는 ETF 역시 환노출형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 금 가격이 ‘달러’로 표시되어 있는데, 달러 강세로 이를 원화로 환산한 가격이 더 커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환노출형 ETF인 KINDEX KRX금현물 ETF의 올 들어 수익률은 10.3%로 환헤지형인 TIGER 골드선물(H) ETF(7.9%) 등보다 높았다.
◇'엔저’에는 환헤지가 이익
반대로 최근 일본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본 주식 등에 투자하는 ETF라면 환헤지형 ETF가 수익률이 더 높았다. 동일하게 일본 닛케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지만 환헤지형인 KINDEX 일본Nikkei225(H)의 수익률이 -5.6%로 TIGER 일본니케이225(-11.8%)보다 나았다. 투자 대상 국가의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면 환헤지형 ETF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 셈이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도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 환율 흐름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면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 외에도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추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 증시에 투자할 때 해당국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면 실질적인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헤지형·환노출형 상장지수펀드
환헤지형 ETF는 해외 투자 대상국 화폐의 가치 하락 등으로 인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된 ETF다. ETF는 해외 자산에 투자할 때 원화를 해당국 통화로 환전하는데, 나중에 같은 환율로 다시 원화로 환전하는 계약을 맺는 식으로 환율 영향이 없도록 한 것이다. 반대로 환노출형 ETF는 환헤지를 하지 않아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