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거나 찍어서 사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었던 시장은 끝났습니다. 전쟁과 인플레, 금리 상승 등 대외 환경이 썩 좋지 않고 코로나 이후 (주식을) 살 사람은 거의 다 샀기에 수급도 우호적이지 않죠.”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는 20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 닷컴 버블 시기에도 코스닥에서 아무 주식이나 사도 돈을 쉽게 벌었다”면서 “하지만 개인들은 호시절이 끝난 후에도 묻지마 투자를 계속하면서 결국 손실을 본 채 증시를 떠나고 말았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설립된 블래쉬운용은 그동안 여의도 증권가에선 수퍼 개미가 세운 운용사라고만 알려져 있었다. 증권맨(DB금융투자) 출신인 백 대표는 지난 2019년 반도체 장비업체의 지분 5%(약 20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면서 수퍼 개미 대열에 합류했다.
그런데 최근 블래쉬운용은 지난해 국내 헤지펀드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헤지펀드란,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를 말한다.
블래쉬운용은 국내 증시에서만 돈을 굴려 지난해 130%(블래쉬멀티전략일반사모)의 수익률을 거뒀다. 코스피 연간 상승률(3.6%)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다.
저평가된 가치주와 지금 당장은 비싸 보이지만 앞으로 성장해서 미래에 가격이 싸질 수 있는 회사를 70~80곳 골라 투자한다. 백 대표는 “작년 상반기에는 건설주, 금융주 등 가치 주가 오르면서 좋은 성과를 냈고 하반기에는 게임업체를 매매해 큰 수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작년엔 이례적으로 높은 펀드 수익을 냈지만, 한 해 수익 나고 다음 해에 손실 나는 것보다는 매년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년 깨지지 않고 두 자릿수 수익을 내는 거죠. 시장 변동성이 클 땐 지수 선물 매도와 종목 공매도 등을 통해 헤지도 합니다.”
올해 수월해 보이지 않는 국내 증시에서 개인들은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그는 “연초부터 주가가 많이 빠져서 급락할 것 같진 않지만, 주가가 강하게 오르기에도 모멘텀이 약하다”면서 “금융주, 정유주, 건설주 등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우량주 위주로 관심을 가져보고, 매수 전에 개별 기업에 대한 충분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잘 알고 투자해야만 지루한 횡보장도 버틸 수 있다”면서 “제대로 된 기업 분석을 해야만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고, 말도 안 되는 싼 주가에 파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