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로 주가 상황을 살피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연준(미국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이 금리 인상 얘기만 하면 계좌가 녹아내리는군요. 더 떨어질까요?” 나스닥100 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ETF)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를 사들인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나스닥 주가 급락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에는 추가 하락을 걱정하는 글들이 넘친다.

나스닥100 지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 인상을 예고하는 발언을 내놓은 다음 날인 22일 2.6% 하락했다.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의 하락률은 이 지수의 3배가량인 7.9%였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ETF를 13억3000만달러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보유 금액 상위 8위다. 그런데 올 들어 이 ETF의 가격은 50.1% 하락했다.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외에도 서학 개미가 작년 말 많이 보유했던 상위 10개 해외 주식, ETF의 가격이 모조리 올 들어 주저앉았다.

◇성장주 하락에 서학 개미도 위기

올 들어 서학 개미가 보유한 주식들이 특히 약세를 보이는 까닭은 이 주식들이 대부분 금리 인상에 취약한 성장주 성격의 기술주이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서학 개미 보유 금액 상위 10개 종목 중 S&P500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ETF’를 제외한 9개가 기술주에 속한다.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기업의 현재 실적보다는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성장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된다. 금리가 높아지면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기업의 미래 가치가 그만큼 작아지기 때문이다.

같은 기술주 중에서도 테슬라나 애플 등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지난 22일 기준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4.9% 하락했고, 애플 주가는 8.8% 떨어졌다. 반대로 같은 전기차 기업인 루시드의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49.8% 하락했다. 성장주 성격이 강한 주식일수록 주가가 많이 하락한 것이다.

유명 빅테크 기업들도 주가 하락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18.4%), 구글(-17.4%), 아마존(-13.4%) 등도 지난해 말 대비 두 자릿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대표 기술주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의 손실도 커졌다.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의 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18.1% 하락했는데, 나스닥100 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레버리지 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의 가격은 50.1% 하락했다. 3배 레버리지 ETF의 경우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지만, 반대로 지수가 하락하면 하락률의 3배만큼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저가 매수 전략도 대부분 실패

서학 개미들은 올 들어 1분기에도 지난해 말 기준 많이 보유하고 있었던 종목들을 추가로 매수했다. 주가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저가 매수의 결과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학 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ETF 포함)은 다름 아닌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였다. 서학 개미는 이 ETF를 12억341만달러 순매수했다. 그런데 순매수 금액을 순매수 주식 수로 나눠 구한 평균 순매수 가격과 지난 22일 종가를 비교해 구한 ‘추정 수익률’은 -31.8%로 저조했다. 1분기 순매수 3위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ETF인 ‘디렉시언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였는데, 이 ETF의 수익률 역시 -41.5%로 저조했다.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수익이 난 것은 테슬라(수익률 18.2%) 한 종목뿐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 ‘곧 반등할 것’이라는 믿음만 가지고 기술주를 계속 추가 매수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