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인근에 위치한 가와사키시(川崎市)의 전당포. 검정색 백팩을 맨 점퍼 차림의 40대 남성이 빠른 걸음으로 가게 안에 들어섰다. 긴자(銀座)에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밝힌 이 남성은 왼쪽 손목에 차고 있던 손목 시계를 풀어 감정을 부탁했다.
그가 차고 있던 시계는 스위스 브랜드인 ‘파텍 필립(Patek Philippe)’ 제품이었다. 그는 “힘든 코로나 1년을 잘 이겨내서 자축하려고 구입했던 소중한 시계”라면서 “구입 당시 가격은 400만엔(4000만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돈이 있어도 아무나 살 수가 없다’는 귀한 시계를 그는 왜 전당포에 가지고 왔을까? 일본 FNN프라임온라인은 최근 ‘전당포를 찾는 사람들과 그 이유’라는 방송에서 초고가 시계를 전당포에 맡기게 된 40대 사장의 사연을 소개했다.
전당포를 찾은 40대 사장은 “가상화폐 사기에다 해킹까지 당해서 3000만엔(약 3억원)을 털리고 말았다”면서 “직원 월급날이 당장 내일인데 월급으로 줄 현금이 부족해서 급한 마음에 전당포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당장 큰 돈을 융통하긴 어려운데, 혹시 시계를 활용하면 즉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의 시계를 살펴본 전당포 사장님은 “브랜드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높은 데다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귀한 제품이라서, 최대 500만엔까지 대출 가능하다”고 말했다. 400만엔에 구입해 1년 이상 착용까지 한 중고품인데도, 구입가를 훌쩍 뛰어넘는 500만엔 가치로 평가받은 것이다.
40대 사장은 전당포에서 500만엔까지 끌어다 쓸 수 있지만, 직원 월급 자금만 필요하다면서 200만엔을 빌렸다. 그가 전당포에 내야 하는 이자(보관료 포함)는 얼마나 될까?
전당포 역사가 700년인 일본은 한국과 달리 아예 ‘전당포영업법’이 마련돼 있어서 소비자들이 보호를 받고 있다. 전당포 이자는 법에 상한(월 9%)만 정해져 있어서 점포마다 이자율은 전부 다르다.
대체적으로 1만엔 이하 소액의 경우엔 월 5%가 많고, 금액이 클수록 이자가 내려가는데 월 1.5% 수준까지 내려간다. 물건 보관 기간은 3개월이 기본이지만, 연장도 가능하다. 만약 3개월 동안 이자를 내지 않았다면, 법에 따라 전당포는 물건을 바로 처분해 현금화할 수 있다. 파텍 필립을 담보로 잡고 200만엔을 빌린 40대 사장의 경우에는 이자가 약 6만엔(60만원, 2개월) 정도였다.
만약 40대 사장이 파텍 필립 시계를 한국 전당포에 맡겼다면 이자는 얼마나 내야 할까? 한국 전당포는 일본과 달리 대부업법 최고 금리를 적용받는다. 현재 법정 최고 금리는 연 20%이기에, 전당포 이자는 대출액에 상관없이 월 1.66% 수준이다.
청담동에 있는 A전당포 관계자는 “파텍 필립의 경우 박스와 보증서가 다 있는 상태에서 대출과 보관이 가능하며, 담보가 있기 때문에 은행처럼 신용 조회는 하지 않아 신용등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서 “1000만원을 빌리는 경우 이자는 한 달에 약 16만6000원이며, 중도상환 수수료나 별도의 보관료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