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4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이날 미국 뉴욕증시 대표 지수는 대거 상승했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은 없었고, 예상했던 수준이라 증시에 안도감이 퍼졌다. 특히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의 주요 투자 대상이 포함된 나스닥 100 지수도 3.4% 올랐다.
서학개미가 주로 투자한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의 가격도 대부분 상승했지만, 여전히 서학 개미의 주요 투자 종목 수익률은 저조한 수준이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가 지난 1~4월 미국 증시에서 주로 사들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테슬라(19.5%)와 애플(0.5%)을 제외한 8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수익률은 지난 1~4월 종목별 평균 순매수 가격(전체 순매수 금액을 순매수 주식 수량으로 나눈 값)과 4일 종가를 비교해 구한 것이다.
작년 말 기준 국내 투자자가 각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었던 종목들의 주가도 올 들어 일본 증시의 넥슨을 제외하면 대부분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3배 레버리지 상품에서 ‘눈물’
올 1~4월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나스닥 100 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인데, 이 종목의 수익률은 -28.4%로 저조한 편이었다.
이 ETF와 같은 3배 레버리지 투자 상품은 지수가 오르면 3배만큼 수익이 나지만, 반대로 지수가 하락하면 그 3배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순매수 3위 종목인 디렉시언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ETF)의 수익률도 -20.7%로 저조했다. 이 ETF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가 상승한 날에는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3배 레버리지 상품이다. 순매수 10위 종목인 BMO 마이크로섹터스 FANG 이노베이션 3X 레버리지드도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와 테슬라 등 미국 대표 기술주로 구성된 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상장지수증권(ETN)인데, 서학개미의 올해 투자 수익률은 -45.5%로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가장 낮았다.
미국 대표 기술주 주가가 하락하자 서학개미들은 주가 반등을 기대하며 이 주식들을 저가 매수했지만, 투자자들의 기대만큼 주가가 오르지 못하면서 수익률은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순매수 4위인 엔비디아의 투자 수익률은 -16.9%였고, 순매수 6위인 알파벳(구글·-9.2%)과 7위 마이크로소프트(-3.8%)도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중국, 프랑스, 스위스 증시에서도 ‘쓴맛’
올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와 물가·금리 급등 등의 요인이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리면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세계 각국 증시 주식들의 가치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새롭게 투자에 나선 투자자뿐 아니라 기존 주식 보유자들도 크게 추락하는 주가에 실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각국 증시별 국내 투자자 보유 금액 1위 종목 중 보유 금액이 1억달러 이상인 종목은 총 8개였는데, 이 중 7개 종목의 주가가 올 들어 하락했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국내 게임 기업 넥슨의 주가만 32.1% 상승한 것이다. 음식 주문·배달 업체인 딜리버리히어로(독일 증시 보유 금액 1위) 주가는 올 들어 65.7% 하락하는 등 주가가 크게 떨어진 종목도 많았다. 홍콩 증시의 간펑리튬(-26.6%), 중국 증시의 항서제약(-41.9%), 프랑스 증시의 루이비통(-17.5%), 스위스 증시의 듀프리(-15.4%) 등도 모두 올해 ‘두 자릿수’ 주가 하락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