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형주들이 휘청이고 있지만, 중·소형주들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대형주 지수(시총 1~100위 기업)는 11.1% 하락했고, 중형주 지수(시총 101~300위)는 4.8% 떨어졌다. 반면 소형주 지수는 4.5%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중·소형주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렇다면 중·소형주 중에서 어떤 종목이 유망할까. 본지는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중·소형주를 분석하는 스몰캡팀이 있는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의뢰해 투자할 만한 중·소형주를 3개씩 추천받았다.
◇대형주 팔아치우는 외국인, 중소형주는 영향 덜받아
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11조132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시장 전체 시가총액 중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비율은 지난해 말 33.6%에서 지난 6일에는 31.2%까지 떨어졌다. 주요 매도 종목은 삼성전자(4조7610억원 순매도), LG에너지솔루션(3조340억원 순매도) 등 대형주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있고, 달러 강세 현상도 이어지고 있어 외국인들이 매도에 나서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대형주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큰 규모의 신규 자금이 유입될 필요가 있는데, 글로벌 유동성이 수축기에 들어와 있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 자금이 유입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적은 수급 변화로도 주가가 움직일 수 있는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로 가격이 표시된 국내 주식을 팔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주식을 팔더라도 시세가 급락하지 않는 덩치 큰 대형주를 팔면서 전체적인 국내 주식 비율을 줄이고 있다. 중·소형주는 이 같은 외국인 매도의 영향도 덜 받는 중이다.
또 중·소형주는 업종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신한금융투자는 “반도체와 2차전지·인터넷·게임 등 기술주가 대형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중·소형주는 소재·산업재·소비재 등 여러 업종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쏠림 현상’이 적다”고 했다.
◇5곳 중 3곳이 ‘골프존’ 추천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3곳은 스크린골프 업체인 골프존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NH투자증권은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가맹점이 대폭 증가한 영향으로 매출 고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중국 봉쇄 조치 등 대외 리스크가 완화돼 해외 사업이 본격화되면 추가적인 이익 증가와 기업 가치 재평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KB증권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의 유입 등으로 국내 골프 인구가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에서 골프존을 추천했다.
NH투자증권이 추천한 토비스와 서부T&D는 ‘리오프닝(reopening·경제활동 재개)’과 관련이 있다. 토비스는 카지노 게임기 등에 사용되는 모니터와 터치패널 등을 생산하는 기업인데, 카지노 재개장에 따른 노후 기기 교체와 신규 제품 도입 등으로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서부T&D는 호텔과 복합쇼핑몰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게 되면 수익 증가 등이 예상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나금융투자가 추천한 신발용·차량용 합성피혁을 생산하는 백산은 대면 활동 재개 분위기 속에 신발 생산을 위한 제품 주문이 늘어나면서 수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했다.
코스모신소재(하나금융투자 추천)와 엔켐(신한금융투자 추천) 등 2차전지 소재 기업의 경우는 본격적인 전기차 보급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수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전기전자제품 부품·소재기업인 이녹스첨단소재(연간 영업이익률 20% 전망)와 식품 전문업체 풀무원(올해 이익 증가 기대감으로 외국인들이 순매수), 이지스밸류리츠(높은 배당 수익률과 자산 가치 증대에 대한 기대감) 등을 추천했다. KB증권은 “시장지배력이 강화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수출 가격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기초화학 소재 기업인 유니드를, “오리 가격 상승에 따른 외형적 성장과 마진 개선이 기대된다”며 오리 신선육·가공육 제조 기업인 정다운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