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의 1토막이 났어도 부족한가 봅니다. 성장주의 궤멸적 타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꿈만 있고 돈이 없는 기업들의 운명이 금리 인상기에는 어떻게 되는지,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상당수 기업들은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인수·합병(M&A) 대상으로 나오게 될 겁니다.”(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
현기증 나는 미국 증시 흐름에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독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나스닥 성장주들이 많이 하락해 투자자들이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매수한 미국 주식은 3월 말 기준 703억8000만달러(약 89조원)에 달해 역대 최대치였다.
장효선 팀장은 “시장의 심리가 처참하게 무너진 상황이고, ‘본전 근처만 가면 생지옥에서 떠나야지’라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당장 급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당시 나스닥은 30% 가량 빠졌는데, 올해는 5월까지 이미 28% 빠져서 많이 하락하긴 했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이어 “지난 2020년 코로나 당시 하락은 33일, 2018년 긴축 정점에서는 117일 동안 이어졌는데 지금은 170일 넘게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수가 28% 빠졌을 정도면, 종목별 낙폭은 더 클 수 있다. 서학개미들이 무척 좋아하던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유니티(티커 U)가 대표적인 예다.
유니티는 메타버스의 대장주로 손꼽히면서 작년 11월만 해도 201달러에 거래됐지만, 지난 10일(현지시간) 주당 48.13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날 장 마감 후에 유니티는 실적 발표를 했는데 월가 기대에 못 미쳤고,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더 빠져 34달러에 거래됐다. 고점 대비 하락률로 따지면 83%다.
미국 어린이와 청소년 절반 이상이 가입했다면서 메타버스 대장주로 급부상했던 게임업체 로블록스(RBLX) 역시 올해 77% 빠졌다. 로블록스 투자자인 30대 김모씨는 “순식간에 수익률이 -80%로 찍혔다”면서 “이렇게 떨어질 줄은 몰랐는데 돈삭제되는 것을 바라만 봐야 하니 무기력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019년 상장한 홈트레이닝 플랫폼 업체인 펠로톤(PTON)은 어떤가. 펠로톤은 코로나 시대 그야말로 최고의 주식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엔 162달러까지 올랐고, 작년 초만 해도 주당 150달러에 거래됐다. 하지만 리오프닝(경제 재개)으로 소비자 수요가 급감하면서 매출이 줄었고, 주가에도 충격을 줬다. 지난 10일 종가는 12.9달러로, 90% 넘게 빠진 상황이다.
미국 덤웰스닷컴에 따르면, 4월 말 기준으로 3000여개 나스닥 종목의 절반 이상이 작년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또 전체 종목의 20%는 75%가 하락했고, 90% 이상 떨어진 종목도 5%를 차지했다. 이를 덤웰스닷컴은 ‘나스닥 대학살(carnage)’이라고 표현했다.
강영현 유진투자증권 부장은 “미국 증시에서 종목 선정을 잘못해서 매수했다면 현재 깡통이 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파티가 길어지면 숙취도 길어진다는 말처럼, 금리 인상기에 예전 상식만 갖고 주식을 매매하면 큰코 다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