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해외 증시 지수나 미국 대형 기술주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이들을 기초 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수익을 조기에 지급하지 못하거나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ELS는 기초 자산인 지수나 주식(주가)이 일정 기간 미리 정해놓은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상환)하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6개월 뒤 미국 S&P500지수가 현재 수준의 90% 이상을 유지하면 연 3% 수익을 지급한다’는 식이다. 보통 만기가 3년인데 6개월마다 조기 상환이 가능하며, 조기 상환을 못할 경우 상환 요건이 85% 이상, 80% 이상 등으로 점차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올 들어 미국발(發)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조기 상환 조건을 채우지 못한 ELS가 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미래에셋증권의 공모 ELS가 조기 상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 ELS의 기초 자산은 유로스톡스50과 S&P500 지수, 삼성전자 보통주인데, 이 중 유로스톡스50과 S&P500지수가 ‘발행일인 지난해 11월 8일 종가(기준 가격)의 92%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9일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작년 11월 8일 종가(4352.53)의 92%인 4004.33보다 낮은 3526.86으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 역시 3991.24로 기준 가격의 92%인 4325.56을 넘지 못했다. 조기 상환이 됐으면 투자 기간 6개월에 대한 수익(세전 기준 3.2%)을 얻을 수 있었던 투자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기초 자산 가격이 폭락할 경우 ELS 투자자가 손실을 볼 수도 있다. ELS 상품의 경우 기초 자산 가격이 손실 발생 기준선인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 손실을 볼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미래에셋 ELS의 녹인 배리어는 52%로 기초 자산 가격이 지난해 11월 8일 종가의 52%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가 생긴다면 만기 시 손실을 볼 수 있다.
주가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 ‘지수형 ELS’와 달리 미국 빅테크 기업 주식이 기초 자산인 ‘종목형 ELS’ 중에서는 주가 급락으로 이미 손실을 볼 가능성이 생긴 상품도 있다. 넷플릭스와 반도체 기업 AMD가 기초 자산인 NH투자증권의 종목형 ELS(연 수익률 16%)는 지난 9일 넷플릭스 주가가 기준 가격(1월 24일 종가 387.15달러)의 45%(녹인 배리어)보다 낮은 173.1달러까지 추락하면서 손실 가능성이 생겼다. 이 상품이 앞으로 조기 상환 요건을 계속 달성하지 못하고, 최종 만기 시점인 2025년 1월에 만기 상환 요건(모든 기초 자산이 기준 가격의 75% 이상)까지 달성하지 못할 경우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넷플릭스뿐 아니라 메타(페이스북)가 올 들어서만 41.2% 하락하는 등 대형 기술주 주가가 줄줄이 떨어지면서 이들 주식이 기초 자산인 ELS들도 손실 가능성이 생겼다. 손실률은 기준 가격 대비 하락률이 가장 높은 기초 자산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ELS(주가연계증권)
기초 자산인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가 일정 기간 미리 정해 놓은 범위 안에 머물면 약정된 수익을 지급하는 금융 상품. 하지만 정해진 범위를 이탈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