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시장 흐름이 심상치 않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3월 말 이후 22%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2020년 3월 팬데믹 수준을 넘어 1300원을 위협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심화로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는 등 인플레이션이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서둘러 유동성 흡수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높아졌다.

통화 긴축 효과는 점점 나타나는 중이다. 미국의 4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22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통화 긴축 예고 이후 상승하기 시작한 모기지 금리가 주택 수요를 약화시키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더 심각하므로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가 완화로 변경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월 이후 증시 하락세에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퓨처 오브 에브리싱' 행사에서 "분명 주식시장에 변동성이 나타날 텐데, 시장이 연준의 향후 금리 인상을 미리 반영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지난 17일 언론사 행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분명하고 확실하게 낮아지는 것을 봐야 한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과정에서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해 생길 악영향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에서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긴축이 동반되기 때문에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자산엔 우호적이지 않다. 연일 상승 중인 농산물 가격(블룸버그 농산물 지수)과 유가(WTI)./KB증권

인플레이션 통제는 이미 모든 나라에서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이슈다.

그런데 지금 인플레이션 해결이 어려운 것은, 강한 수요뿐 아니라 구조적인 공급 문제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 분쟁,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이 와해되면서 비용 부담이 한 단계 높아졌다. 경기 우려가 생기면 원자재 가격과 금리가 충분히 낮아지면서 경제의 부담을 낮춰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연결고리가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미국·유럽이 중국·러시아와 대립하는 대결 구조도 선명해졌다. 비용이 낮은 해외에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마무리되고, 신뢰가 쌓인 나라들 안에서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 (friend-shoring)의 필요성도 비용 부담을 높이고 있다.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은 투자 전략과 상품 공급의 사령탑이다. 그는 "최근 월마트와 타깃 등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향후 실적 전망을 낮추면서 고물가의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했다"면서 "앞으로는 유통업체에 상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조선DB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신호를 기다리면서 다시 위험자산 투자를 준비해야 할까?

수요 둔화가 큰 폭으로 나타난다면, 연준은 통화긴축 감속을 예고할 수 있다. 가을쯤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면 제로 코로나 정책이 폐기될 수 있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해 유럽 수출이 막히면 러시아는 휴전에 합의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공급 문제도 완화될 수 있다. 모기지 금리 상승이 주택 시장을 빠르게 냉각시키면, 시차를 두고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부터 주거 물가가 안정될 것이다. 11월로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부터 대통령 임기 3년 차에 주식시장 성과가 좋았던 경험도 시장의 기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