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넘은 부부가 기초연금으로 64만원이나 받을 수 있는데 뭐 하러 국민연금을 넣나요? 국민연금 20년 넣고 100만원 정도 받는 것보다 한 푼 안 내고 공짜 연금 64만원 받는 것이 낫겠습니다.”

정부의 기초연금 40만원 공약을 둘러싸고 고령층에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공약이 현실화되면, 부부가 공짜로 받는 기초연금이 국민연금 평균 금액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게 된다. 대선 때마다 기초연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복지 제도이고 적잖은 예산이 소요되지만, 실제 빈곤율 완화 효과는 미미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65세 이상 모두에게 지급하라”

올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898만명이고, 소득 하위 70%에 속해서 기초연금을 받는 고령자는 628만명에 달한다.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 20조원으로, 2014년 도입 초기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기초연금 대상이 아닌 30%에 속하는 고령자 270만명은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 아니냐, 65세 이상 전체 노인에게 지급해야 형평에 맞는다”고 주장한다. 이런 불만 계층을 겨냥해서 이번 6월 지방선거에는 ‘대상에서 빠진 30% 노인에게 지방 재정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등장했다. 이런 공약을 낸 후보가 당선된다면, 앞으로 선거 때마다 비슷한 공약이 쏟아질 수 있다.

◇“국민연금 감액 폐지하라”

국민연금을 받지만, 기초연금 대상인 고령층도 불만이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으면 기초연금을 깎는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가 독소 조항이라고 주장한다.

올해 기준 국민연금을 월 46만원 넘게 받으면, 기초연금이 최대 50% 감액된다.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모두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는 복지 제도인 만큼, 중복 혜택은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도입됐다. 이 조항 때문에 기초연금을 전액 받지 못하는 사람이 지난해 기준으로 38만명이고, 평균 7만원을 깎였다. 지난 2016년만 해도 22만명이 평균 5만5000원 감액됐는데 인원과 금액 모두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은퇴 생활자는 한 푼이 아쉬운데, 국민연금을 일정 금액 이상 받는다고 기초연금을 깎는 것에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자신이 보험료를 내서 받는 돈이니 기초연금과 구분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투자자산운용사 차경수씨는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는 전체 공적 연금 개혁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선되어야 한다”면서 “수많은 소득 중에서 유일하게 국민연금만 따로 떼서 기초연금 감액을 한다면, 결국엔 국민연금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를 미세 조정해서 조금이라도 기초연금을 더 받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액 조항이 어떤 식으로든 바뀌게 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후 빈곤층 집중 지원해야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 해소가 목적이지만,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하면서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지적을 받는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수급자의 3분의 1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가난한 노인이 아니다”라며 “여유 있는 노인들이 기초적인 의식주도 해결하기 어려운 가난한 노인과 똑같은 금액을 받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그는 “기초연금은 절대빈곤(OECD 기준 월 58만원)에 노출된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재원 마련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에 따르면, 현 정부 공약대로 기초연금이 40만원으로 인상되면 재정 부담은 2040년 102조원, 2060년 236조원으로 급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