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스럽네요. 삼성전자 인수·합병(M&A)과 삼성스팩(SPAC)은 아무 상관이 없는데 왜 2연상이나 찍는 건지 모르겠어요.”(증권업계 관계자)

지난달 31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형 M&A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이후,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삼성스팩4호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스팩은 기업인수목적회사로, 비상장기업 합병을 목적으로 증시에 상장된다. 우회상장 수단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삼성스팩4호는 지난해 5월 삼성증권이 상장시킨 스팩이다.

자료=한국거래소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스팩4호는 전날 상한가에 이어 이날도 상한가를 찍으면서 8160원에 마감했다. 발행주수는 400만주 밖에 되지 않는데, 이날 거래량은 1125만주에 육박해 말그대로 폭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대형 M&A를 진행 중이라는 뉴스가 나왔는데, 삼성증권이 투자금을 받아서 상장시킨 스팩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상장시킨 또다른 스팩인 삼성머스트스팩5호도 전날 25% 상승한 데 이어 이날도 13% 상승해 5710원에 마감했다. 이날 하루 거래량이 1600만주가 넘었는데, 하루 주가 고점(6360원)과 저점(4810원)의 차이가 24%에 달할 정도로 변동성이 심했다. 온동네 단타꾼들이 다 모여든 검투장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장비 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후 대규모 M&A를 사실상 멈춘 상태다. 사진은 하만이 메르세데스-벤츠에 공급한 전장부품./조선DB

그런데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삼성전자의 M&A 추진과 삼성스팩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카더라’ 통신에 혹해서 샀다가는 손해를 볼 수 있으니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타깃은 글로벌 탑 기술기업, 핫한 테크기업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내 기업은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 여론이 나올 수 있어서 M&A 후보군에 있지도 않을 텐데, 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스팩이 급등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스팩은 주가가 오르면 오를 수록 M&A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도 알아둘 만하다. 주가가 과도하게 올라 시가총액이 커지면 선택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팩은 공모가 2000원, 약 100억원 규모로 작게 상장하는 것이 보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