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空室)은 전세계 건물주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이웃나라 일본 서점가에는 만실(滿室)을 주제로 하는 재테크 서적들이 넘쳐난다. <만실 건물주가 되는 법>, <공실이 만실로 바뀌는 궁극의 방법>, <만실의 왕도> 등 솔깃한 제목의 책들이 줄을 잇는다.
일본인들이 이처럼 만실에 집착하는 이유는 저출산·고령화로 빈 집과 빈 점포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코로나로 영업시간 단축이 이어지면서 폐업과 폐점이 이어졌다. 일본 최대 부동산 정보 사이트인 라이풀 홈즈(Lifull Homes)에 따르면, 일본 도쿄 23구 내에 빈 점포는 2644곳에 달한다.
일본 FNN프라임온라인은 4일 공실 때문에 설움을 겪다가 오히려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낸 한 50대 여성 건물주의 사연을 소개했다.
도쿄 인근 요코하마시에 40년 된 낡은 5층 빌딩을 소유하고 있던 키비카요(吉備カヨ)씨가 주인공이다. 인재파견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키비씨는 회사 매출이 반토막난 데 이어 건물 1~3층 세입자까지 한꺼번에 모두 나가버려 곤경에 처했다.
키비씨는 건물 3층을 수경재배농장으로 바꿔서 무농약 야채를 키우고, 이곳에서 재배한 식재료로 2층에서 음식과 디저트를 만들어 1층 카페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지산지소(地産地消)가 아니라, 빌딩에서 생산해 빌딩에서 소비하는 이른바 ‘빌산빌소’였다.
그의 아이디어는 성공적이었다. 키비씨는 “인재파견업체에 등록된 여성들이 많은데 코로나로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진 여성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면서 “과감한 투자를 통한 신사업 진출이 신규 고용 창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농장에서 갓 재배한 신선한 야채로 만든 과자나 샌드위치 등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 4월엔 도쿄 이세탄 백화점 입점에도 성공했다.
키비씨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건물 1층의 카페 레스토랑(ICONIC STAGE)은 현지 명소로 떠올랐다. 가격은 세금 포함 샐러드 1100~1650엔, 파스타 1430~1760엔, 피자 1430엔, 커피 605엔, 큐브케이크 495엔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