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 자제를”(추경호 경제부총리) vs. “최저임금 29% 올려야”(한국노총·민주노총)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이 강해지는 가운데, 최저임금을 둘러싼 세계 각국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 진작 효과가 있지만, 기업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오히려 고용을 줄일 수 있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한국은 이달부터 2023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재계와 노동계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달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최저임금 제도의 국제 비교 및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펴내고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44.6%로, 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 등 5개 주요 선진국(평균 11.1%)의 4배에 달했다”면서 “지난 5년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11.5%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률은 매우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최근 “중소기업 600곳을 설문했더니, 응답자의 53.2%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는 게 적정하다고 답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시 신규 채용은 축소하겠다는 응답 비율은 36.8%였고, 9.8%는 기존인력을 감원하겠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도 지난 달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은 업종과 지역별로 다르게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달 개최한 ‘최저임금 핵심 결정 기준으로 생계비 재조명’ 토론회에서 “최저임금에 적정 생계비가 반영되어야 한다”면서 “내년 최저임금은 1만1860원(월 247만9000원)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최저임금(시급 9160원)에서 29.4%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치열한 공방이 예고된 가운데, 세계 각국은 살인적인 물가 상승에 뿔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이 다음 달부터 최저임금을 8.8% 올려 시간당 10.45유로를 지급하고, 베트남 역시 다음 달부터 최저임금을 6% 인상할 계획이다. 물가 상승률이 연 10%에 달하는 칠레는 지난 달 최저임금을 14.3% 올렸다. 29년 만의 최대폭이다. 앞서 지난 1월 터키가 최저임금을 50% 올린 바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 고물가 충격을 촉발시킨 러시아도 다음 달부터 최저임금을 10%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호주 총선에서 승리해 9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신임 노동당 정부도 최저임금을 최소 5.1%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일본 정부 역시 오는 2025년까지 전국 평균 시간당 최저임금을 1000엔(약 9600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개인 소비 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목표다.
일본은 최저임금이 지역별로 다르다. 2021년 기준 전국 평균 최저임금은 930엔(약 8900원)으로, 한국(9160원)보다 낮다. 하지만 수도인 도쿄의 최저임금은 1041엔으로, 한국보다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