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증시가 생각보다 잘 버티는 것 같네요. 이유가 있나요?”(40대 투자자 이모씨)

요즘 주식 투자자들의 시선이 영국 증시에 향하고 있다. 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주요 선진국 증시가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2.9%)을 찍고 있는 곳이 영국(FTSE 100)이다. FTSE 100 지수는 런던 증시(LSE)에 상장된 100개 대형주로 구성된 지수다. 7일 종가는 7598.93. 올해만 22% 하락한 미국 나스닥지수, 12% 떨어진 한국 코스피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영국 언론들은 “2022년엔 영국 증시가 빛날 것(2022 could be its year to shine)”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영국 증시는 왜 다른 선진국 증시와 다른 행보를 걷는 걸까?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영국 증시가 강한 이유를 4가지로 정리했다.

영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은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작 정유회사인 '로열더치셀'이다. 최근 1년간 75% 올랐다. 7일 종가는 2415.81파운드.

①가치주 비중이 높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금리 상승기를 맞아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로테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대부분 성장에 베팅하는 기술주 중심인 데 반해, 영국은 성장주 비중이 5% 미만으로 적은 가치주 중심 국가다.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은 “FTSE 100 지수는 에너지와 소재, 금융 비중이 높아서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열더치셀, 아스트라제네카, HSBC, 유니레버, GSK 등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다.

②기업이익 전망이 좋아진다

선진국 중에서 올해 기업 이익 추정치가 가장 높게 상향 조정된 곳이 바로 영국이다<그래픽 참고>. 올해 영국 FTSE 100의 주당순이익(EPS)은 연초 이후 19.2% 상향 조정된 반면, 미국 S&P500 기업들의 EPS는 2.8% 상승에 그친다.

③다른 시장 대비 저평가

영국 증시는 지난 6년 동안의 글로벌 증시 랠리에서 소외되면서 저평가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 낮을수록 저평가)은 10.5배 정도로. 장기 평균인 13.2배에 크게 못 미친다.

MSCI UK의 현재 PER은 10.5배로, 여타 지역에 비해 크게 저평가되어 있다. PER은 낮을수록 저평가되어 있다는 의미다./IBES

④배당 수익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영국 증시의 경쟁력으로는 고배당이 꼽힌다. 영국의 배당수익률은 3.7%로, 미국(1.5%)보다는 훨씬 높고, 글로벌 평균(2%)도 웃돈다. 방어적인 투자가 필요한 요즘 같은 변동 장세에서 영국 증시의 고배당 정책은 매력적이다.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는 “영국은 주요 선진국 중 국채 시장 금리(1.9%) 대비 가장 높은 배당 수익률을 보여준다”면서 “채권 대비 주식 투자가 훨씬 매력적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마 대표에 따르면, 미국은 채권 금리가 현재 2.8% 수준으로, 주식 배당수익률인 1.5%보다 높기 때문에 주식 투자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영국 증시의 배당수익률은 3.7% 정도로,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2.32%였다.

현재 한국에서는 영국 증시에 단독으로 투자하는 해외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는 없다. 롤스로이스, 버버리 같은 영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개별 종목에 투자하려면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에서 거래하면 된다. 미국 증시에는 환헤지형 영국 ETF(HEWU), 환노출형 영국 ETF(EWU) 등 여러 종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