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의 부진으로 국내 증시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코로나 사태 이후의 상승분을 거의 반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15일 6만700원까지 떨어졌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말(5만5800원)보다 불과 8.8%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반도체 업황 개선과 동학 개미 운동 등에 힘입어 2021년 1월 11일 장중 9만6800원까지 오르며 ‘십만전자(주가가 10만원대인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상승세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시총 3위인 SK하이닉스의 주가도 9만7900원으로 2019년 말보다 4% 오른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주가도 지난해 3월 장중 15만원을 돌파하는 강세를 보였지만, 올 들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다른 시총 상위 종목들의 주가는 2019년 말보다 많이 올랐다. 특히 삼성SDI는 2019년 말 대비 123.7% 올랐고, 카카오도 같은 기간 136% 올랐다. 올 들어 삼성SDI는 19.4%, 카카오는 35.4%나 하락했지만 두 종목 주가는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두 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해제되고,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이 반도체주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로는 재택근무 등을 위해서 전자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고, 해외여행 등 여가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신 전자제품 구매에 돈을 쓰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나 봉쇄 등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여기에 물가도 크게 오르면서 식료품 구매 등에 쓰는 돈이 늘어나면 전자제품 등에 대한 수요는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해외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모두 코로나 이전 수준에 가깝게 하락한 것은 아니다. 15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주가는 89.13달러로 2019년 말(55.44달러)과 비교하면 60.8% 올랐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AMD(94.7%)나 엔비디아(181.8%) 등의 주가도 여전히 2019년 말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의 주가도 2019년 말보다 74.5%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