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올 1분기 시장 점유율은 53.6%로, 2위인 삼성전자(16.3%)를 크게 앞선다. 영업이익률은 45%에 달하고 시가총액도 570조원을 넘어, 역시 삼성전자(30%, 350조원)를 압도한다.
한국 삼성전자를 여러 모로 앞서는 대만 TSMC는 일본 남서쪽에 위치한 구마모토에 10조원 규모의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최근 4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는 등 통큰 지원도 약속했다.
대만 TSMC는 일본 소니, 덴소 등과 합작해 JASM(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이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구마모토 공장은 지난 4월 첫 삽을 떴고, 오는 2024년 말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된다. JASM은 2023년 4월 입사 예정으로 1200명 규모의 정규직 엔지니어 채용 공고도 냈다.
일본의 취업준비생들은 JASM이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했다면서 한껏 들떠있는 모습이다. 일본 현지에서 학부 졸업 엔지니어의 한 달 월급이 평균 21만엔(약 200만원) 정도인 데 반해, JASM은 월 28만엔(약 267만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또 JASM은 석사 학위를 소지한 졸업생에겐 32만엔(305만원), 박사 학위 소지자에겐 36만엔(344만원)의 월급을 제시했다. 보너스는 기본급의 2달치가 1년에 2차례 지급되며, 개인 업적에 따른 인센티브도 나온다. 근무시간은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으로, 휴식시간 1시간 포함하면 8시간이다. 일본어는 필수이고, 중국어와 영어는 선택이다.
JASM의 인재 영입 정책은 취업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지난 13일 TSMC의 고연봉 정책이 일본 열도의 인재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TSMC의 채용 공고를 본 일본 내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인재 유출을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의 구마모토 공장 신입사원 채용 공고는 한국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TSMC 일본 공장에서 일하게 될 박사급 인재의 월급이 한 달 36만엔(344만원)이라는 소식을 접한 40대 직장인 A씨는 “일본 물가가 수십년간 정체되면서 급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의 박사 월급이 한 달에 350만원도 안 된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지난해 라이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직원 평균 연봉은 1억4000만원을 훌쩍 넘었고, 올해도 임금이 평균 9% 오를 예정이다. 최근 고등학교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한 6년차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블라인드)에 9000만원대 연봉을 받고 있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