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증시 약세로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도 투자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4월 손실액이 이미 지난해 은퇴자 등에게 지급한 연금 총액을 넘어섰다.

13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국민연금기금의 투자 수익률은 -3.8%다. 삼성전자(-25.8%)나 애플(-17.6%) 등 국민연금의 주요 투자 종목 주가가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마이너스 수익률(-0.9%)을 기록했지만 이후 3년 동안은 매년 10% 안팎의 수익률을 올렸는데, 올해 다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까지 손실 규모는 3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지급한 연금 급여 총액(29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외서 모두 손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과 채권 투자에서 모두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주식 투자 수익률이 -6%로 국내주식(-7.5%)보다는 나은 편이었다. 채권 투자에서도 해외 수익률이 -0.6%로 국내채권(-4.2%)보다 높았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만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5.2%)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은 양호한 수준이었다. 국내 채권(-1.3%)을 제외하고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 주식 투자 수익률은 무려 29.5%에 달했다. 그런데 올 들어 급격한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 등 유동성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이어나가자 국내외 증시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국내 증시 대표 지수인 코스피는 22.2% 하락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도 S&P500지수가 19.9% 하락했다.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대형 우량주들의 주가도 대부분 하락했다.

◇증시별 최다 보유 종목도 모두 하락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각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의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 들어 25.8% 하락했다. 보유금액 2위와 3위인 SK하이닉스(-28.8%), 네이버(-38.3%)는 삼성전자보다 주가 하락폭이 더 컸다.

국민연금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대형 기술주도 글로벌 증시 약세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우선 미국 주식 중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애플 주가가 17.6% 떨어졌다. 그다음으로 많이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24.2%), 아마존(-34.5%), 구글(알파벳·-21.3%), 메타(페이스북·-51.5%) 등의 주가도 모두 20% 이상 하락했다.

국민연금은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소셜미디어·게임 기업 텐센트 주식을 11억9376만달러어치 가지고 있는데, 이 기업 주가도 25.7% 하락했다. 일본 증시에서는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키엔스에 가장 많이 투자했는데, 이 기업 주가는 올 들어 32.4% 하락했다. 독일 주식 중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13.7%), 프랑스 주식 중 보유 규모 1위인 LVMH(루이비통 모에헤네시·-15%) 등도 올 들어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각국 증시에서 새로 투자한 종목들의 수익률도 부진한 편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크래프톤(-48.5%)과 카카오뱅크(-49.2%) 주가는 크게 추락했다. 지난해 미국 증시에서 사들인 쿠팡(2억4821만달러) 주가도 올 들어 49%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