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인근에 700만엔(약 6600만원)짜리 원룸으로 찾아 주세요.”(인도인 카난씨)
요즘 일본의 외국인 전문 중개업체인 ‘와가야 재팬’에는 해외에서 부동산 매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역대급 엔저(低)가 진행되면서 ‘일본 부동산을 싸게 사려면 지금’이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14일 장중 139엔대까지 올라 24년 만에 최고치(엔화 가치 약세)를 기록했다. 미국은 정책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는데 일본은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을 팔고 달러를 사려는 흐름이 강해진 것이 원인이다. 올해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0% 가까이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그만큼 일본 자산을 싸게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일본 ANN뉴스는 지난 5일 엔화 가치 급락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진 일본 부동산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해외 투자자들의 모습을 소개했다. 와가야 재팬의 마사히로 쿠사나기 매니저는 “원래 홍콩, 싱가포르, 중국, 대만 등에서 투자 문의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인도, 태국, 쿠웨이트 등 동남아는 물론 중동에서도 매입 의뢰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일본산 건설 기자재를 수입해 판매하는 인도 중소기업 사장 카난(49)씨는 “도쿄 근처 원룸 매물 중에 적당한 것이 있다면 당장 사고 싶다”면서 “투자 금액은 700만엔으로 소액이지만, 첫 투자 성과가 괜찮으면 투자금을 더 늘리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때문에 현지 방문이 여의치 않는 해외 자산가들은 온라인으로 부동산을 살펴보면서 매매하는 ‘리모트 쇼핑’에 나서고 있다.
오사카 트러스티부동산 관계자는 “올해 엔저가 본격화하면서 해외에서 매수 문의가 두 배로 늘었다”면서 “현재 일본 부동산이 바겐세일 중이라고 생각하는 큰손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초부유층뿐만 아니라, 일반인 매수 의뢰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큰손들은 주로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권에 위치한 1억~10억엔 물건을, 일반인은 2000만엔 정도의 물건을 찾는다고 한다.
유가 급등으로 지갑이 넉넉해진 중동의 ‘오일 머니’는 일본 부동산을 수십채씩 통매수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카타르 정부 산하의 카타르투자청은 홍콩 부동산펀드를 통해 도쿄, 나고야의 대형 맨션 32채를 한꺼번에 사들였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지난 13일 “엔저로 일본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보이고 있다”면서 “엔저 현상이 나타났던 지난 2007년과 2014년에도 외국인의 일본 부동산 투자가 급증했는데, 올해도 그런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1조엔(9조5400억원)이 넘는 글로벌 자금이 일본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자금 유입 속에 일본 내 초고층 빌딩 최고가 기록도 바뀔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매각을 추진 중인 ‘오테마치 플레이스’ 예비 입찰에는 골드만삭스, 블랙스톤 등 세계 최대 부동산 회사 10여 곳이 참여해 흥행에 대성공했다.
오테마치 플레이스는 도쿄 중심가인 오테마치에 위치한 32층짜리 복합 빌딩으로, 지난 2018년 완공됐다. 정부가 국유지를 활용해 재개발한 후에 매각한 첫 사례라고 한다. 매각가는 일본 부동산 역사상 최고가였던 도쿄 덴쓰 본사 빌딩(약 2조86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인도인 카난씨가 단 700만엔을 갖고 일본에 원룸을 산다고 하니 궁금해진다. 과연 700만엔으로 일본 수도인 도쿄 인근의 ‘원룸주’가 될 수 있는 걸까?
그래서 왕개미연구소가 직접 와가야 재팬 부동산 사이트를 둘러 봤다. 15일 기준 300여개 매물이 올라와 있다. 가격이 가장 싼 매물은 300만엔(약 2856만원, 주의! 3000만엔 아님)으로, 도쿄도 하치오우지(八王子)시에 위치한 6평짜리 원룸이다. 도쿄 중심가에서는 꽤 멀지만, 집값이 싸고 급행열차 출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월세를 아끼려는 사람들이 많이 산다.
그 다음 600만~700만엔으로 매수할 수 있는 원룸을 둘러봤다. 도쿄 중심가에서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른바 서민 3구(下町三区)에 많았다. 아다치(足立)구의 5.5평짜리 원룸은 집값이 650만엔(약 6200만원)인데, 건물은 33년이나 되어 낡았지만 월세 수익률은 7.75%로 꽤 높았다<아래 사진 참고>.
도쿄 중심가의 원룸 가격도 한국에 비하면 크게 비싸 보이지 않는다. 히가시신주쿠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위치한 6.4평 원룸 아파트 매매가는 1680만엔(1억6000만원). 지은 지 33년 된 구축 아파트지만 월세 수익률은 5.6%, 공실 리스크가 낮다는 게 장점이라고 소개돼 있다.
◇전문가의 1대1 특급 컨설팅, 독자 여러분께 해드립니다.
1억원 여유 자금이 있다면 어떻게 굴릴까? 지금 월세 받을 상가 사도 될까? 수도권 아파트는 지금 팔아야 할까?
결정하기 전에 왕개미연구소에 물어보세요. 여러분의 크고 작은 돈 고민, 왕개미연구소가 속시원히 풀어드릴게요. 20대 청춘부터 80대 황혼까지 나이 불문입니다. 간단한 고민 상담 신청이지만, 여러분의 인생이 바뀌는 전환점이 되도록 왕개미연구소 [내돈부탁해]팀이 도와드릴게요.
이메일(money@chosun.com)로 재테크 고민을 적어 신청해 주세요. [내돈부탁해]팀이 엄선한 전문가들이 여러분의 고민에 답해 드립니다. 모든 상담자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되니, 주저하지 마세요.
현재 재무 상황과 궁금증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실수록 더 명확한 솔루션 제시가 가능하답니다. 직업과 나이, 주거, 재무목표, 현재 자산, 부채, 순자산, 월급, 지출(고정지출과 비정기지출 나눠서), 비상금 등을 알려 주세요. 연락처 꼭 적어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