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어진 제재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다. 이는 천연가스나 원유 관련 사업을 하는 에너지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사진은 21일(현지시각) 독일 루브민에 있는 노르트스트림1 발트해 천연가스관 육상 인입·중계 시설. 가스관 운영업체는 10일 동안 공급이 중단됐던, 러시아산 가스가 이날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AP 연합뉴스

올 들어 테슬라를 포함해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를 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하는 대형 기술주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큰 손실을 떠안은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숨을 곳이 없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부분 주식의 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서학개미들이 차익실현에 성공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종목이 있다. 바로 에너지주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이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도한 주식은 ‘타르가 리소시즈’다. 주로 파이프라인 등을 통한 천연가스 운송을 하는 ‘에너지 인프라’ 기업인데 올 들어 주가가 21.3%나 올랐다. 서학개미는 이 회사 주식을 9618만달러어치 순매도했다. 올 들어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갔기 때문에 대부분 ‘차익 실현’에 성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웃은’ 서학개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서 이 회사를 비롯해 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는 올랐다. 서학개미가 두 번째로 많이 내다 판 주식은 엑손 모빌이다. 유가 상승에 힘입어 엑손 모빌의 주가는 올 들어 46.5%나 올랐다.

순매도 5위는 일본 증시에 상장돼 있는 국내 게임 기업인 넥슨이다. 올 들어 넥슨 주가는 34.7%나 올랐다. 올해 이 주식을 6870만달러어치 내다 판 투자자들 역시 짭짤한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 게임사들이 게임 내 아이템을 팔아 가상화폐를 벌 수 있는 P2E(플레이 투 언) 모델이나 NFT(대체 불가능 토큰) 사업으로 주목 받으며 주가가 올랐다가 하락한 것과 달리, 넥슨은 과거의 흥행 게임을 재탄생시키는 전략을 통해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 백신을 개발해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았던 바이오 기업 화이자가 순매도 3위다. 하지만 올 들어 주가는 12%가량 하락했다. 주가가 현재 수준보다 낮을 때 주식을 사서 보유하던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판 것으로 추정된다. 순매도 4위인 비자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순매도 상위 종목은 ‘미리 잘 팔았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내다 판 주식들은 어떨까?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 전에 잘 팔았다’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내다 판 주식은 미국 증시가 아닌 독일 증시의 딜리버리히어로다. 배달 전문 기업으로 국내에서는 최대 배달 앱 업체 배달의 민족을 인수하면서 많이 알려졌다. 서학개미들은 지난해 이 회사 주식을 6억달러 넘게 팔았다. 올 들어 이 회사 주가는 57.8% 하락했다. ‘반 토막’ 나기 전에 미리 팔아서 손실을 피한 투자자도 있는 셈이다. 올 들어 배달 관련 기업이나 비슷한 성격의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주가는 크게 약세였다.

지난해 순매도 2위 매치 그룹의 주가도 올 들어 43.5% 하락했다. 매치 그룹은 여러 데이팅 앱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이다. 순매도 3위 아마존 주가도 3.4% 하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순매도 한 주식 4위는 ‘밈 주식’으로 유명한 게임스톱이다. 밈 주식은 인터넷 상에서 유명세를 얻으며 주가가 급등한 주식을 의미한다. 게임스톱은 특히 기관 투자자의 공매도에 대항해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주식으로 유명하다. 밈 주식의 특성상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지만 올 들어서는 지난해 말 대비 3.4% 오른 상태다.

지난해 순매도 5위는 마스터카드다. 올 들어 3% 주가가 내렸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도 코로나 사태에 따른 봉쇄나 거리두기 종식 이후 일종의 ‘리오프닝주’로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는 종목이었지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 등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