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에 대해 세계거래소연맹 등 해외 증시 관련 기관들은 “기대하는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고, 오히려 해롭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한시적 공매도 금지는 즉각 시행해야 효과가 있는데 아직도 검토만 하는 게 매우 아쉽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이론적 근거는 빈약한 셈이다.
세계 주요 증권거래소들이 가입돼 있는 세계거래소연맹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증시 급락 사태가 벌어진 2020년 3월 이후 “공매도 금지가 효과가 없는 조치”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세계거래소연맹은 2020년 4월 공매도 관련 연구들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가격이 하락하고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공매도 거래자들은 다른 투자자들과 별반 다르게 행동하지 않으며, 오히려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주식을 파는 것보다 주가 하락에 영향을 덜 준다”고 밝혔다.
또한 연맹은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더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공매도 금지가 공매도 투자자들이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옵션 시장 등 다른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했다. 연맹은 “신흥국 시장의 경우 공매도 금지가 더욱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더욱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연맹은 2020년 5월에는 코로나 사태에 따라 공매도를 규제한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증시가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은 나라 증시에 비해 크게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맹은 “(공매도를 규제한 국가에서) 주식의 변동성은 공매도 금지 이전보다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매도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부정적인 정보 등을 반영해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기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매도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적절히 규제 받지 않는(unrestricted) 공매도가 주가가 하락할 때 하락을 가속화하고, 주가 조작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존재한다”고 평가한다. 다만 SEC도 2020년 3월에는 공매도를 규제하지 않았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외에도 영국, 일본 등 자본시장이 발달한 국가들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증시 급락 시기에도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과거 대공황 시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는 공매도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공매도 관련 데이터를 규제당국이 실시간으로 확보하기 어려웠던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지면서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