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매도 제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빠르면 28일 금융 당국에서 공매도 관련 회의가 소집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한국투자증권 제공

올 들어 주가가 하락하면서 일부 소액주주들이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금융감독원이 약 3년간 삼성전자 주식 등을 공매도하면서 공매도가 아니라 일반 매도인 것처럼 거래한 한국투자증권에 대해1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것 등과 관련해서 공매도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2월부터 약 3년 3개월 동안 900여개사 주식 약 1억4000만주를 일반 매도인 것처럼 공매도했다. 공매도인데도 일반 매도로 거래한 규모는 삼성전자가 2552만주로 가장 많고, SK하이닉스(385만주), 미래에셋증권(298만주) 등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나중에 시장에서 사서 다시 갚는 매매 기법이라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고 지목한다. 올 들어 증시가 하락하면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등 일부 소액 주주들이 공매도를 금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런 점을 감안해 공매도 과정에서 규정 위반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긴급 회의까지 소집하려는 것은 증시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시장 상황에 따라 공매도 금지 등도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당장 금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후보로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5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는 즉각 시행해야 효과가 있는데 아직도 검토만 하는 게 매우 아쉽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공매도가 실제로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실증적으로 입증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도 최근 금융위에 “공매도와 주가 하락에 뚜렷한 연관 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공매도가 가능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200 지수가 21.8% 하락할 때, 코스피 200 지수 종목을 제외한 지수는 24.9% 하락했다. 공매도가 금지된 종목의 주가가 더 하락했다.

공매도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한국투자증권 측은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를 하는 심각한 불법 행위인 ‘무차입 공매도’가 아니라 단순히 공매도로 표기를 하지 않은 단순 실수”라고 했다. 또한 3년 3개월 간 삼성전자 주식을 2552만주 공매도한 것은 대략 1년으로 따져도 800만주 정도라 주가에 영향을 줄 정도의 규모가 아니라는 해명도 하고 있다. 27일 삼성전자 매도 물량이 732만주(기관 투자자 353만주) 수준이라 하루치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코로나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던 2020년 3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 지난해 4월까지 유지했다. 당시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벨기에·오스트리아·대만·말레이시아 등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공매도를 일시 금지했지만 현재는 모두 해제했다.미국 뉴욕 증시는 공매도를 금지한 적이 없다. 현재 공매도에 제한을 두고 있는 주요국 증시는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뿐이다. 국내 증시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350개 종목만 공매도를 허용한 상태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 전체 거래대금 중 공매도 거래 대금의 비율은 7.1%에 그친다. 주요국 증시에 비해서 높은 수준이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의 경우 공매도 거래 대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46.7%였고, 일본도 41.4%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