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재테크 빙하기에 고수익을 내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시장 상황이 좋았다면 아마도 수익금을 다른 펀드에 재투자했을 것 같지만, 요즘은 악재가 많으니 다른 대안을 찾으셨네요. 그 대안이 국민연금 추후납부(추납)라니 진심 놀랍습니다.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연금액이 많아지게 설계돼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연금 평균 월 수령액은 약 57만원이지만, 20년 이상 가입자의 평균 월 수령액은 97만원으로 훨씬 많아요.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서 연금 수령액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추납입니다.

최 부장님처럼 이직이나 실직, 경력 절단, 또 남성이라면 군 입대 등의 이유로 국민연금을 일정 기간 내지 않았어도 나중에 보험료를 채워 넣으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왕개미연구소 [내돈부탁해]팀의 자문단은 최 부장님의 추납 고민에 어떤 의견을 내놓을까요?

①“65세 생일 전날에 추납하라” by 이영주 연금박사상담센터 대표

국민연금 추납은 서둘러 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리 낸다고 유리해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지금 추납했다가 65세에 연금 수령 전, 사망 사고라도 나면 날리는 돈이 되어버려요. 추납은 연금 타기 바로 전날에 해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추납은 추납하는 시점의 연금 보험료가 기준입니다. 최 부장님은 아직 현직이니, 추납한다면 보험료를 최고 금액(월 49만7700원) 기준으로 내야 합니다. 퇴직 후 임의가입자가 되서 추납하면 최저금액(월 9만원)이 적용됩니다.

추납을 안 했을 때와 했을 때의 연금액도 따져봐야죠. 추납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상 연금액은 월 144만원, 추납(647만원) 후에 받을 연금액은 월 148만5000원입니다. 1년에 54만원씩 더 받는 거죠. 납부금액 647만원이면, 손익분기점은 약 12년입니다. 65세부터 연금을 타니까, 77세를 넘겨야 추납 보험료를 전부 회수하고 본전을 찾습니다. 국민연금 추납 가성비는 10년 이내로 나와야 좋은데, 12년은 다소 길어보입니다.

만약 최 부장님이 퇴직 후에 최저 보험료(월 9만원)로 계산해서 117만원(9만원*13개월)을 추납하면 월 연금액은 1만5000원 많아집니다. 대신 6.5년이 지나면 추납 보험료를 전액 회수하니, 최고 보험료로 추납했을 때보다 회수 기간은 짧아지네요.

이렇게 추납액이 적을수록 가성비는 좋아지지만, 대신 나중에 받을 연금액도 작아집니다. 퇴직 후 추납을 권합니다. 추납액은 월 보험료 10만~20만원 선에서 결정한 후, 미납 기간(최 부장님은 13개월)을 곱해 결정하는 방식이 좋겠습니다.

②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본부장 ”기초연금과 건보료 따져야”

길어진 평균 수명을 고려한다면 추납이 유리해 보입니다. 최 부장님의 경우, 연금 개시 이후 추납한 보험료를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5년(최저 보험료)에서 12년(최고 보험료)입니다. 연금액이 늘어나니 가급적 최고 보험료로 납부하는 것이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퇴직 후 최소 보험료로 추납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국민연금 추납에 앞서 따져봐야 할 것이 2가지 있습니다. 바로 기초연금과 건강보험료입니다. 기초연금(월 40만원으로 인상 예정)은 65세 이상 고령자 중 소득 하위 70%가 대상자입니다. 현재 600만명 넘는 노인들이 받고 있죠. 부부 가구의 경우 소득 인정액(소득+재산)이 288만원을 넘으면 못 받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을 많이 받고 있으면 기초연금이 최대 50% 감액됩니다. 추납을 하는 바람에 기초연금이 깎인다면 굉장히 억울하겠죠. 예상 연금액이 144만원인 최 부장님은 65세 이후에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 50% 감액된 기초연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추납 때문에 기초연금이 깎이진 않겠어요.

또 추납해서 연금 수령액이 늘어나면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합니다. 오는 9월부터 건강보험 제도가 개편되는데 특히 피부양자 유지 기준이 엄격해 집니다. 보유 주택이 있으면 1000만원부터 건보료에 영향을 미치고, 보유 주택이 없어도 공적연금과 이자·배당 소득이 1년에 2000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에서 탈락됩니다.

③‘연금이야기2′ 저자 차경수씨 ”소득공제 혜택 클 때 추납”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 중에 밀린 보험료가 있으면, 연금 수령 전에 언제든 그 빈 공간을 채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추가 보험료를 뒤늦게라도 내면 가입기간으로 인정돼 연금 수령액이 늘어납니다. 추납 기간은 최대 10년입니다. 일시불로 내도 되고 할부도 가능합니다.

제게 최 부장님과 똑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저는 지금 당장 최대 금액으로 추납하겠습니다.

최 부장님은 현재 연봉 8000만원의 회사원으로, 소득세율 24% 구간입니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낸 국민연금 보험료는 100% 소득공제 대상입니다. 647만원을 추납하면 소득공제 혜택으로만 약 155만원의 공돈이 생기네요. 생각보다 큰 금액이죠? 소득공제 혜택이 아니더라도 추납 후 77세까지 산다면, 연금 증가액이 추납 금액보다 커지게 되니 이득입니다. 오래 살면 살수록 더 유리해지겠죠.

소득공제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퇴직 시점이 임박해서 월급이 가장 많을 때 추납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 수령액이 너무 많아져도 문제입니다.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가 되는 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기초연금 삭감, 건강보험료 증액까지 고려하면 실익은 그리 크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