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부탁해]에 상담을 의뢰하신 분은 해외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은 65세 은퇴자입니다.
상담자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주식으로 쓴 맛을 봤다고 합니다. 투자 실패로 한동안 쉬다가, 작년에 월세 주택을 팔아 현금이 생겨서 미국 주식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해외주식 계좌 종목은 애플, 어도비, 알파벳, 보잉, 나이키, JEPI, SCHD 등 25개입니다. 그런데 저도 처음 들어보는 낯선 종목들도 섞여 있어서 놀랐어요. 유튜브 추천을 듣고 샀다고 합니다.
안정적인 주식 투자로 자산을 불리고 매달 500만원 이상 고정 수입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은 월세 40만원(보증금 1000만원)인 수도권 주택에 살고 있어요. 집값이 더 빠지면 작은 아파트를 한 채 사서 실거주하고, 주택연금에 가입해 월 100만원씩 고정 수입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인플레를 이기는 노후 준비,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왕개미연구소 [내돈부탁해] 자문단에게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이명열 한화생명 영업추진팀 투자전문가
은퇴 후 적정한 노후 생활비는 10억원 정도라고 하죠. 마침 독자분이 보유 중인 금융자산이 10억원입니다. 10억원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원금 10억원에서 매달 생활비로 200만원씩 인출한다고 가정하면, 약 41년간 쓸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과 배당금이 있으니까, 월 100만원씩 인출한다면 무려 83년을 버틸 수 있는 자금입니다(물가상승률은 감안하지 않음).
독자분은 부동산이 없다 보니 자산 구조가 금융자산 100%입니다.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자산구조(금융자산 22.5%, 부동산 77.5%)와 비교하면 뚜렷하게 차별화되네요.
금융자산 중에선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36%입니다. 이 상황에서 보유 중인 달러로 미국 주식을 추가로 매수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 비중이 70%를 넘어서면서, 유사한 연령대 일반적인 투자 성향에 비해 굉장히 공격적인 포트폴리오가 되어 버립니다.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긴 합니다. 하지만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데, 위험자산 비중이 너무 높아지면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울 겁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현금 흐름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채권이나 연금 같은 안전 자산입니다. 최근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서 고금리 채권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표면금리 연 5.3%인 보험사 채권을 사면 3개월마다 세후 112만원 가량 이자가 들어오고, 만기에는 액면 원금을 돌려받습니다<표 참고>. 매달 현금 흐름을 발생시키고 싶다면, 이자 지급 시기가 다른 채권 2~3개로 나누는 것도 방법이죠.
무주택자인 독자분은 소형 아파트 매수 후 주택연금 수령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 마련과 현금 흐름 발생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주택연금은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대출해 주는 방식으로, 최초 가입 시점의 집값에 따라 평생 받을 연금액이 확정됩니다.
가령 70세 가입자가 3억원짜리 주택을 갖고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매달 92만600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택연금 수령액은 건강보험료 산정 때 소득으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세금 고민도 큰 것으로 보이는데, 비과세 금융상품도 활용해 보세요. 만 65세 이상 고령자는 원금 5000만원까지 비과세 예금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또 즉시연금을 포함한 저축성 보험은 일시납 1억원까지 10년 유지하면 비과세됩니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소액주주는 시세차익 비과세 혜택을 받습니다(2024년까지).
독자분의 주식 계좌에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된 상품은 매월 배당을 지급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JEPI입니다. JEPI는 JPMorgan Equity Premium Income의 약자로, 배당 수익률이 높고 변동성이 낮은 종목들에 투자합니다. 매달 고배당이라는 것이 장점이죠. 하지만 주식형 상품이기 때문에 시황에 따라서는 원금 손실 위험도 있으니 유의하세요.
독자분은 주식 투자를 선호하고, 재테크에 관심이 많으며, 매달 기부도 하고 있으며, 증식된 자산은 나중에 교회와 친척에게 이전할 계획입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읽혀지는데요, 앞으로도 행복하고 안온한 노후 생활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민경남 케이엔프로퍼티즈 대표(필명 시네케라)
자녀가 없고 생활비도 적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지금 받고 있는 국민연금과 주식 배당금, 그리고 보유 중인 현금 자산만 갖고서도 평생 생활비를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미국 주식의 투자 성과가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꾸준히 수익만 올려 준다면, 순자산은 그만큼 더 증가하겠죠.
다가구 주택은 관리하기 어려워 파셨군요. 주택은 임차인 교체나 리모델링 등으로 꾸준히 밸류애드(가치상승)를 해야 하는데 어르신들에겐 쉽지 않죠.
월세로 거주하는 것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부동산 투자도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부동산 투자를 해야겠다면, 보유 중인 예금과 달러, 현금에 주택담보대출을 약간 받아서 실거주할 아파트 한 채 정도 사는 것은 괜찮아 보입니다. 현재 부채는 2500만원으로 큰 부담은 안 되지만, 요즘 대출 이자가 무섭게 오르고 있으니 은행 통장에 들어 있는 자금으로 상환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세요.
나이가 들면 주식 투자는 배당형 상품 위주로 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미국 주식의 경우, 배당금이 1년에 2000만원을 넘어가면 종합소득에 합산과세되고 신고도 해야 합니다.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건강보험료도 더 내야 하지요. 세금과 건보료 부담이 생기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버는 것이 무조건 좋습니다.
◇신기동 순살브리핑 대표
해외주식 보유 종목이 25개나 되네요. 일반인이 관리하기에는 상당히 종목 수가 많아 보입니다.
작년에 시장에서 반짝 유행했던 개별 주식(로블록스, 리비안, 유아이패스)이나 테마형 ETF(METV, ARKX, QTUM)도 눈에 띕니다. 유행주는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주가가 오른 것인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전문적으로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종목 수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매매는 자주 하지 않고, 매수 후 오랫동안 보유하는 용도의 투자라고 하셨군요. 개별 종목들을 산발적으로 매입하시기 보다는, 주요 상장지수펀드(ETF) 2~3개에 압축하는 전략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수형 ETF와 배당형 ETF를 계좌의 양대축으로 삼는 방법이 있는데요, 애초에 ETF가 개별 주식들을 골고루 담아서 운용해 주니까 관리하기도 편하죠.
지수형 ETF로는 이미 계좌에 SPY, VOO, QQQ를 갖고 있으니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SPY, VOO 두 상품 모두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500을 추종하죠. QQQ는 나스닥 성장 기술주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클 수 있습니다.
JEPI는 배당주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옵션 중 하나입니다. 주가는 현재 주당 57달러 정도네요. 50~54달러에 대량 매수할 계획이라고 하셨는데, JEPI는 주가 변동이 크지 않기 때문에 사실 언제 사든 대세에 큰 지장은 없을 겁니다. 계좌 내에 SCHD(배당성장주 ETF)도 있으니 JEPI와 함께 모아가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