二惡:간병지옥

70대가 되면 65세부터 받기 시작한 연금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 연금 수입에 맞춰 생활하고, 컨디션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언제 갑자기 가계에 ‘간병지옥’이 찾아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70대는 능동적인 생활 주체가 수동적인 사회 약자로 변하는 시기다. 나이 앞자리에 7자가 들어가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노화가 진행되며, 75세를 넘기면 질병을 앓을 확률이 높아진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사망할 때까지 약 10%의 고령자만 심신이 건강한 상태에서 지낸다고 한다.

/그래픽=정다운 조선디자인랩 기자

그렇다면 70세부터 과연 얼마나 아프게 되는 걸까. 70대 이상 노인이 많은 일본에는 관련 자료가 차고 넘친다. 일본의 경우, 국민 한 사람의 생애 의료비는 평균 2724만엔(약 2억6700만원) 정도다. 그런데 이 중 절반은 70세 이후에 지출된다.

75세가 넘으면 돌봄이 반드시 필요한 상태에 빠지기 쉽다. 일반적인 패턴은 이렇다. 평소처럼 생활하다가 살짝 넘어졌는데 골절로 입원→금방 퇴원할 줄 알았지만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짐→자녀는 1~2명인데 맞벌이→돌봄시설 입소.

70대 이후부터 생기기 쉬운 돌봄 상황은 장수(長壽)를 축복이 아니라 고통으로 몰아 넣는다. 가족들의 삶의 질은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진다. 가정에 돌봄 이벤트가 발생하는 순간, ‘가까운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희망은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경제적인 충격도 무시하기 어렵다. 돌봄 상태가 되면 생활비 절약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부 간병인을 고용하면, 한 달에 400만원은 들기 때문에 적자의 늪에 빠지기 쉽다(물가 상승으로 요즘 간병인 일당이 15만원까지 올랐다). 70대 이후부터 생기는 간병비 부담은 은퇴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자산을 갉아먹는다.

70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1% 정도인 한국은 간병 이슈가 본인과는 상관없는 일이길 바란다. 하지만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간병은 누구에게나 닥칠 일이며 ‘간병사회 후폭풍’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간병 이슈는 경험해본 사람만이 아는데, 직간접적 부담이 얼마나 큰지는 직접 닥쳐야만 실감한다”면서 “지금은 (간병 악재가) 잠재되어 있지만 조만간 일상화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22년 기준 17.3%다. 2025년에는 20.3%로 미국(18.9%)을 제치고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며, 2045년에는 37%로 세계 1위인 일본(36.8%)을 추월할 전망이다./자료=전경련

하타나카 마사코(畠中雅子) 재무설계사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고 머릿 속으로는 생각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70대가 되면 자녀들과 함께 간병 상태가 닥쳤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간병은 불시에 찾아옵니다. 하지만 일단 간병 상태가 되면 죽을 때까지 비용 부담이 지속됩니다. 그래서 건강할 때 좋은 요양시설을 구체적으로 미리 알아 놓는 준비가 필요해요.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리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의 ΟΟ요양시설로 입소시키라고 구체적으로 자녀에게 말하는 고객분도 봤습니다. 지방은 도심에 비해 부담이 적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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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보험사들이 요즘 경쟁적으로 팔고 있는 간병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어떨까. 간병보험은 간병인을 보험사에서 직접 파견해주는 상품과 간병인 고용 일당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상품으로 나뉜다.

현재 무보험 상태인 70세 남성이 간병인을 파견해 주고 각종 수술비까지 보장해주는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보험료 견적을 뽑아 봤다. 요양병원 간병인 파견까지 지원되는 이 상품의 한 달 보험료는 34만3000원. 소득이 끊긴 노년에 30만원대 보험료라니, 이 자체로도 상당한 부담인데 심지어 3년마다 보험료가 갱신되어 오른다. 정작 간병인을 쓰게 될 시기에는 보험료가 얼마나 비싸져 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간병인 고용 일당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상품은 어떨까. 간병인 비용으로 12만원씩 정액 지원되는 건강보험에 70세 여성이 가입하는 경우, 월 보험료는 23만원 정도다. 10년마다 갱신되기 때문에 보험료 상승 부담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하지만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을 쓰면 지급액이 하루 12만원에서 2만원으로 줄고, 일반병원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해도 2만원 밖에 지급되지 않는다.

양세정 보험설계사는 “나이가 들면 치매 등 질병으로 간병이 필요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은데 이를 보험으로 대비하려면 비용(보험료)이 너무 높아 선뜻 추천하기 어렵다”면서 “차라리 매달 꼬박꼬박 자금을 입금하는 간병통장을 만들고 저축과 투자로 대비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七거지惡 탈출’ 3편으로 이어집니다.

✔✔七거지惡 시리즈✔✔

1️⃣‘칠순 거지’ 안 되려면… 100세 시대에 ‘무전장수’ 피하는 법

2️⃣간병지옥 무서워서 보험든다? ‘간병보험’ 정말 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