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이 무플보다 낫다’는 말이 이번에도 증명됐다.
지난해 4월 일본 서부 이시카와현(石川県) 노토쵸(能登町)에 설치된 분홍색 대왕오징어 조형물은 공개 직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자체가 총길이 13m인 일본 최대 오징어 조형물 제작과 설치에 중앙 정부 코로나 지원금 2500만엔(약 2억4400만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오징어는 노토쵸의 특산품이고, 관광업을 활성화해서 고용을 창출하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에서 설립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당시 일본 SNS에는 노토쵸의 비상식적인 코로나 지원금 사용을 비난하는 글들이 넘쳐났다.
“코로나 지원금은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부터 구제해야지 왜 그 돈으로 오징어 조형물 따위를 만드는가!” “의료진 지원이나 장기요양시설 설립 같은 사회 인프라 개선에 돈을 써야지 하필이면 오징어냐!” “코로나 지원금을 조각상에 사용하다니 명백한 세금 낭비다.”
일본의 작은 어촌 마을의 대왕오징어 논란은 한국 조선닷컴을 비롯, 영국 BBC, 미국 NBC·뉴욕타임즈·워싱톤포스트, 프랑스 AFP통신, 인도 뉴스18, 캐나다 CTV 등 전세계 언론에도 일제히 보도됐다. 작은 어촌마을의 대왕오징어는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조선닷컴 기사는 여기<코로나 지원금 2억원 들여 ‘대왕오징어’ 만든 日 지자체>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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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코로나 지원금으로 오징어 조각상을 만들어 전세계적으로 물의를 빚은 일이 오히려 지역 경제에는 플러스가 됐다.
노토쵸는 지난달 29일 ‘대왕오징어의 지역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왕오징어가 작년 4월부터 지난 7월까지 1년 4개월 동안 창출한 경제적 효과는 6억엔(약 59억원)으로, 총 설치 비용(2700만엔)의 22배에 달했다. 또 대왕오징어 조형물이 국내 TV 36곳, 해외 TV 9곳, 신문 21사, 잡지 10사 등에 보도되면서 18억엔 상당의 광고홍보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대왕오징어는 트위터 등 SNS에도 3만4000건 가까이 언급됐으며, 지금도 월평균 1000건의 언급량이 나오는 등 여전히 관심이 뜨겁다. 대왕오징어 다리에 잡힌 듯한 재미있는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면서 젊은층 방문도 급증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한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기념품을 사고, 현지에만 있다는 오징어먹물 아이스크림 등 음식도 즐기면서 경제가 살아났다.
노토쵸 관계자는 “현대예술의 성지라고 불리는 나오시마(直島) 섬도 지난 2006년 항구에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호박’이 설치된 이후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면서 “최근 1년 동안의 관광객수 수준을 유지한다면 향후 5년간 대왕오징어를 찾아오는 관광객은 57만명이 넘고, 경제적 효과는 21억엔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볼거리가 적지 않다. 인천을 대표하는 어시장인 소래포구에는 인천 남동구청이 공사비 10억원을 들여서 만든 새우타워가 있다. 높이 21m인 이 전망대는 지난 2020년 소래포구의 대표 특산물인 새우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다. 데뷔 당시 ‘새우깡을 닮았다’는 비난을 받았는데, 일본의 대왕오징어만큼 경제적인 효과를 올리고 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