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개미연구소 [내돈부탁해]에 상담을 요청하신 분은 재무 상황을 엑셀 파일에 꼼꼼히 정리해 보내 주신 독신 남성입니다. 현장에서 40여년간 땀흘리며 번 돈을 잘 굴려 행복한 은퇴 생활을 보내고 싶어합니다.

“2024년쯤엔 지금보다 물가가 2.5배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상담자는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사업을 접고 귀촌해서 조용히 살고자 했는데, 건강상 너무 외진 곳은 의료기관 방문 등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또 지금 준비한 돈으로 통계청 평균 수명까지 사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지, 지금처럼 그냥 정기예금으로만 관리해도 괜찮을지 궁금합니다.

부동산에선 대출 끼고 10억대 소규모 상가를 매입해 주거와 임대를 해결하라고 권하는데,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나쁠 것 같아 썩 내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내돈부탁해] 자문단은 어떤 조언을 해줄까요?

/그래픽=한유진 조선디자인랩 기자

✅황명하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

질문을 정리하면 ①현재 자산으로 평균수명까지 사는 데엔 문제가 없는지 ②투자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③은퇴 후에 수도권에서 거주할지 아니면 시골에서 살 것인지입니다. 은퇴 예정자분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들입니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①번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은퇴 이후의 생활비 수준에 달렸습니다. 노후 생활비 대비 은퇴 자산이 부족하다면 생활비를 줄이고, 은퇴 자산이 어느 정도 충분하다면 생활비를 늘리면 됩니다. 물론 노후 생활비를 너무 적게 잡으면 은퇴 생활이 팍팍할 테고, 너무 많이 잡는다면 은퇴자산이 조기에 소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0년 통계청 생명표에 따르면, A씨와 같은 1963년 출생자의 기대여명(예상수명)은 약 24.3세(만 83.3세)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보유 중인 자산이 앞으로 25년 가량 남은 후반 인생을 지내기에 충분할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픽=한유진 조선디자인랩 기자

우선 현재 월 평균 지출은 약 470만원(월세 포함)입니다. 식비, 교제비, 경조사비 등 생활비로 월 330만원씩 쓰고 있는데, 은퇴 후에는 활동량 감소에 따라 금액은 점차 줄어들 겁니다. 따라서 지출이 지금보다 커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그런데 보험료로 월 50만원씩 내고 있네요. 중복 보장도 있지만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아 유지 중이라고 하셨는데, 일부 불필요한 보험을 정리하고 그 대신 치매보험 가입을 고려했으면 합니다. 독신 고령자는 가족 부양 부담은 없지만 그 대신 아플 때 힘들거든요.

은퇴 이후 현금 흐름도 예상해 보겠습니다. 국민연금+개인연금(100만원), 여유자금 3억원을 연 4% 수익률로 굴려 거둔 수익(100만원), 목돈 인출액(150만원)을 합쳐서 월 350만원까지 가능합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펴낸 하반기 부동산 보고서에서 예년보다 빠른 금리 인상으로 주택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자료=한국은행·한국부동산원, 그래픽=권혜인 조선디자인랩 기자

다음은 ②번 질문입니다. 현재의 자산 구성으로 추정해보면, 상담자의 금융투자 경험은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자산이 1~3%대 정기예금, 중금채 등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만 운용되고 있어서요.

자산수명을 늘리기 위해 예금 60%, 금융투자 상품 40%의 비율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때 금융투자 상품은 인컴(income)형 자산으로 운용해 보세요.

인컴형 자산이란, 이자나 배당처럼 정기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자산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고배당주, 우선주, 리츠, 인프라, 대체투자 등이 있습니다. 인컴 투자는 일반 주식과 달리 가격 변동성은 낮으면서 이자, 배당 등 수익 예측이 쉽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안정적으로 장기 투자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적당합니다.

예금 자산 7억7000만원 중 3억원을 인컴자산(연 4% 수익률)에 투자하면, 월 100만원씩 나와서 생활비 일부로 쓸 수 있습니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인컴 투자도 손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투자 상황을 꼭 점검하세요.

마지막 질문은 노후 주거지에 관한 것입니다. 요즘 시골에도 교통, 의료, 쇼핑 인프라가 많이 확충되고 있지만, 아직 도시보다는 미흡합니다. 의사들이 시골을 떠나서 의료 수준도 높지 않습니다. 후반 인생을 시골에서 보내려면 상당한 각오가 필요합니다. 독신 고령자는 특히 시골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 원활하게 대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수도권의 작은 도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은퇴 후에도 지인들과 계속적으로 도시에서 만남을 유지할 계획이라면, 대중교통으로 1~2시간 이내인 시흥이나 부천이 좋아 보입니다. 지금처럼 월세살이는 하지 말고 이 지역에 40~60㎡의 작은 아파트를 3억~4억원 선에서 매수해 거주하면 어떨까요? 매물도 상당히 많이 나와 있습니다.

소형 아파트를 사면 월세 비용을 아끼면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산 감소 리스크도 줄일 수 있습니다. 나중에 노후 생활비가 부족하면, 보유 주택을 담보로 해서 주택연금에 가입해도 됩니다. 보유 현금이 있으니 부동산에서 제안한 상가주택보다는 소형 아파트가 노후 생활을 안정적으로 꾸리기에 더 적합해 보입니다.

💬물려있는 ETF는 어떻게💬

✅육동휘 KB자산운용 ETF컨설팅실장

KB운용의 수소경제 ETF에 투자하셨군요. 수소 경제의 성장성에 대한 의심은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탈탄소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주요국들은 친환경 에너지 육성 지원을 위한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친환경 에너지 중 하나인 수소 역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소 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민관이 모두 힘쓰고 있습니다.

최근 수소 테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성과가 다소 부진하지만, 수소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아니라, 글로벌 증시 하락의 연장선에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가 조정시 추가 매수를 통해 매입 단가를 낮춰가는 전략을 추천합니다.

다만 글로벌 증시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분할 매수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전략이 좋겠습니다. 장기 보유한다면,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매월 혹은 매 분기 일정 금액을 정액으로 적립하는 방법도 고려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