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 ‘월화고기’, ‘월화식당’의 창업자 전준형(46)씨는 장사 13년 동안 폐업한 경험이 없다. 직영 9개, 전수 창업 2개, 가맹 4개 등 식당 15곳을 열었는데, 이날까지 장사가 잘 된다. 직접 관리하는 매장 9곳의 월 평균 매출은 1억5000만원, 연 매출로 따지면 150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 1편에서 ✅'좋은 재료는 그 자체로 마케팅이 된다’ ✅'차별화 포인트를 늘려라’라는 전씨의 장사 비결을 소개했다. 똘똘한 맛집 한 곳을 가지는 게 목표라면 여기서 끝. 그러나 사업을 키우고 싶은 ‘야심가’라면 승부는 지금부터다. 이번 편에서는 13년 동안 탄탄하게 사업을 키워온 그의 경영 노하우를 살펴본다.

서울 영등포구 곱창 전문점 '곱' 문래점 입구에서 전준형씨가 간판에 한손을 올리고 있다. '곱'은 2009년 오픈한 전씨의 첫 가게다./박상훈 기자
◇브랜드 가치는 사람이 만든다

개인 식당도 하나의 브랜드다.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전씨는 사람의 역할을 강조한다. 손님 입장에서 한 직원의 불친절은 브랜드 전체의 불친절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음식 장사는 서비스업. 서비스의 품질은 매출과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씨는 사람을 뽑고, 교육하고, 관리하는 데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식당은 만성 인력난이라는 말이 있던데, 직원은 어떻게 뽑으세요?

“저희 가게에서 취급하는 곱창과 돼지고기 구이는 특별한 요리 실력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전공이나 업계 경력보다 사람 됨됨이를 더 봅니다.”

–식당과 잘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기본적으로 스킨십에 능한 사람들이 잘 맞아요. 손님을 반겨주고, 센스 있게 챙겨주는 등 외향적이면서 행동이 빠른 사람이면 좋죠. 물론 매니저나 점장을 뽑을 때는 더 많은 것을 봐요. 관리자는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어야 해요. 오만해져서 자기 멋대로, 편한 대로 가게를 운영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식당은 손님을 위한 공간인데, 나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거죠.”

–점장이 될 수 있는 기준이 있나요?

“제 가게의 점장들은 모두 저와 3년 이상 일한 직원들이에요.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온 친구들이죠. 제가 없을 때는 점장이 사장 노릇을 하잖아요. 아무한테 맡겼다가, 공들여 쌓아온 탑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에요. 그래서 역량이 되는 직원들 중에서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온 사람에게 맡기는 거죠.”

곱창 전문점 '곱'의 대창구이. 가격은 2만7000원이며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특징이다./곱

–가맹점주도 선정 기준이 있나요?

“저는 가맹점주들도 직영점에서 최소 한 달을 일하게 해요. 손님들은 자기가 이용한 가게가 가맹점인지 직영점인지 관심 없어요. 가맹점을 이용했는데 실망한 손님은, 그 지점이 아니라 브랜드 전체를 안 좋게 봐요. 프랜차이즈 식당의 한계죠. 초기에 창업한 ‘곱’과 ‘월화고기’를 직영점으로만 운영한 것도 이런 이유죠.”

–일반 직원부터 점장, 그리고 가맹점주까지. 관리할 인력이 많네요.

“네. 직원만 100명이 넘으니까요. 사람이 늘어날수록 조직의 단합력이 중요해요. 단순히 사장이 잘해주고, 월급을 많이 준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에요. 비전을 심어주고, 소속감이 생길 계기를 만들어줘야 해요. 그래서 ‘곱’과 ‘월화고기’는 코로나 전까지 매달 체육대회를 했고, 두 달에 한 번씩 강사를 초대해서 직원들을 교육했어요. 6개월마다 점장, 매니저들과 해외 연수를 갔고, 연말에는 전(全) 직원이 모여 송년회 행사도 했습니다.”

–직원들한테 투자를 많이 하네요.

“네. 제 브랜드를 같이 만들어가는 사람들이잖아요. 만약 제가 직원들을 평범한 식당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대했다면, 직원들도 딱 그만큼만 일했을 거예요. 직원들이 스스로를 비전 있는 브랜드와 미래를 함께 하고 있다는 믿음과 자부심을 주고 싶어요. 직원들한테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큰 기여를 기대하는 건 잘못된 거죠.”

전준형 사장이 운영하는 곱창 전문점 '곱', 돼지고깃집 '월화고기'의 송년회 행사./전준형씨 제공
◇고기 유통, 소스 회사도 따로...식당 사장이 사업체 늘리는 이유

전씨는 곱창집 ‘곱’과 돼지고깃집 ‘월화고기’, ‘월화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운영하는 회사는 더 많다. 채소 농장 ‘월화농장’, 고기 유통 회사 ‘월화고기’, 마케팅 회사 ‘벗붕’, 소스 제조 회사 ‘오디너리’ 등이다. 전씨는 생산, 유통, 최종 판매 및 홍보까지 모든 과정을 별도 법인을 세워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회사들은 왜 차린 거예요?

“어느 날 가게에 납품되는 식자재들을 보다가, ‘재료를 만든 농가와 유통 업체는 나를 통해서 돈을 버는데, 왜 리스크는 나 혼자 부담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이 업체들은 제가 망하면 다른 식당을 찾아가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리스크를 분산하고, 비용을 줄일 목적으로 식당 장사와 관련된 회사들을 차리기 시작한 거죠.”

전준형씨의 대표 브랜드들. 이외에도 닭갈비 전문점 '느루집', 닭강정집 '광장누룽지닭강정'을 운영하고 있다./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장사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나요?

“자체적으로 대부분의 공정을 해결할 수 있어서 사업 운영이 안정적이에요. 돼지고기 생산 외에는 전부 직접 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또, 비용을 아끼는 만큼 재료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 양돈(養豚) 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의 90% 이상은 YLD라는 품종인데, 저희는 보다 상위 등급인 듀록과 YBD 품종만 취급해요. 다른 곳에서 돈을 아껴서 가능한 일이죠.”

–소스 정도는 다른 업체에 맡겨도 되지 않나요?

“사실 의뢰를 맡겼던 업체한테 배신을 당하고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제 지인이 ‘곱’의 소스 제조법이 시중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거예요. 알고 보니, 의뢰를 맡긴 업체에서 돈을 받고 팔고 있더라고요. 안 그래도 제 가게를 따라하는 식당들이 많아졌는데, 소스 맛까지 똑같아지면 안 되겠다 싶어서 직접 만든 거죠.”

기자의 평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전재산 5000만원을 들여 곱창집을 연 전준형씨는 현재 직영 식당 9곳, 연 매출 150억원대의 사업가가 됐습니다. 단순히 브랜드와 매장 수를 늘린 게 아닙니다. 농장, 유통 회사, 소스 제조 회사를 별도로 차릴 정도로 사업을 체계적으로 키운 것이죠. 그 과정에서 브랜드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직원 교육 관리도 손 놓지 않았습니다. 맛집 사장을 넘어 ‘사업가’를 꿈꾸는 사장, 예비 창업자라면 눈 여겨봐야 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