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창업’은 대세인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무인 사진관 열풍이 불자, 젊은층이 많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500m 거리에는 무인 사진관 10여 개가 우후죽순 생겼다. 신생 업종이라 법적 규정도 미비하다. 일반 편의점은 동종 브랜드의 지점 간 거리가 250m로 제한돼 있다. 무인 편의점은 언제 옆에 똑같은 매장이 들어설지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을 고용할 필요가 없고,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고, ✅특별한 전문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부업’으로 인기다. 아이 둘을 키우는 전업 주부 강혜율(39)씨도 작년 무인 편의점 두 곳을 열었다. 운영한 지 1년 반쯤 됐는데, 두 곳의 월 평균 매출은 2000만~2500만원. 순수익은 500만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돈 버는 기계’를 만들어낸 그녀의 비결은 뭘까?

지난 9일 오후, 인천 서구의 무인 편의점 '아사삭 마전점'. 사장 강혜율씨가 매장 안에서 상품 배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채제우 기자
◇”무인 창업은 편하다고요? 저는 매일 출근해요”

강씨는 유치원을 다니는 딸(6살)과 아들(4살)이 있다. 오전 10시쯤 아이들을 등원시킨 뒤, 차를 타고 집 5분 거리에 있는 마전점으로 출근한다. 2시간 가량 재고 정리, 상품 진열, 매장 청소를 하고, 15분 거리에 있는 김포구래점으로 향한다. 할 일을 마친 오후 5시쯤 아이들을 데리러 유치원으로 간다. 주말도 예외는 없다. 남편이 주말에도 출근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매장을 찾는다. ‘매일 30분이라도 매장에서 보내자’는 강씨의 각오 때문이다.

–무인 편의점인데, 왜 매일 출근해요?

“무인 편의점이라고 가게만 차려두고 방치하면 망할 수밖에 없어요. 비싼 권리금과 임대료를 감수하면서 좋은 입지를 차지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죠. 무인 편의점도 서비스업이잖아요. 손님이 오고 싶게 만들어야 해요. 매대를 수시로 채우고, 매장 청결을 유지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죠.”

–손님을 오고 싶게 만드는, 이 가게만의 ‘특별함’이 있나요?

“제 가게의 자랑은 창문에 붙은 포스트잇들이에요. 손님이 하고 싶은 말을 남기라고 포스트잇을 마련했는데, 어느새 아이들과의 소통 공간이 됐어요. ‘포켓몬 빵 구해주세요’와 같은 요청 사항부터 ‘마전초 000 왔다 감’, ‘중간고사 잘 보게 해주세요’ 등 내용은 다양합니다. 평범한 무인 편의점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 됐으면 했거든요. 물론 아이들이 가게를 어지럽히지 않도록 잘 타일러야 하는 수고도 들긴 합니다.(웃음)”

아사삭 마전점의 입구 쪽 창문에 달린 포스트잇들. 한 손님이 "사장님 제가 드린 아이스크림 드셨어요? 답장 써주시면 안 돼요"라는 쪽지를 남겼다. 강씨는 하트 그림과 함께 "진짜 진짜 고마워~잘 먹었어!"라고 답했다./채제우 기자

–매장 관리 외에 또 어떤 일을 하나요?

“저는 출근하면 인근 상가를 돌면서 쓰레기부터 주워요. 아사삭 마전점은 하루 방문 손님이 150명이에요. 대부분 10대 아이들이죠. 아이들이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다른 곳에 포장 비닐을 버리면, 결국 제 가게 탓이 돼요. 그래서 쓰레기를 줍고, 주변 사장님들과 친분도 쌓을 겸 돌아다니는 거죠.”

–무인 편의점은 주변 상인들한테 환영 받기 어렵다던데. 그런가요?

“그런 편인 거 같아요. 첫 가게를 오픈하기 전에 다른 상가에 입점 계약을 했는데, 주변 상인들의 반대로 상가 주인이 위약금까지 주면서 계약을 취소한 적이 있어요. 그만큼 환영을 못 받는 거죠. 그래서 저는 주변 사장님들과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제가 매장을 24시간 지킬 수 없어서 가끔 도움 받을 일도 있거든요. 최근엔 CCTV로 물건을 훔치는 손님을 발견하고, 옆 카페에 전화해 붙잡아 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어요.”

지난 9일 오후, 아사삭 마전점. 강혜율 사장이 손님이 남긴 포스트잇에 답글을 남기고 있다. 강씨는 포스트잇을 3~4개월 주기로 떼고 있지만, 금방 채워진다고 한다./채제우 기자
◇무인편의점 사장이 10대 인기 유튜브 채널을 구독한 이유

무인 편의점은 저렴한 가격이 무기다. 그러나 싼 값을 내세우다가는 동종 업체끼리 가격 경쟁 속에서 동귀어진(同歸於盡)하기 십상.

그래서 강씨는 제품 라인을 ‘다양화’ 했다. 보통 무인 편의점은 아이스크림과 과자가 전체 상품의 70~80%를 차지한다. 강씨의 가게 아사삭 마전점은 장난감과 문구가 40%, 냉동식품은 10%나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완구·문구의 트렌드까지 신경 쓴다. 강씨는 주 이용자인 초·중학생 손님의 마음을 알기 위해 10대한테 인기가 많은 유튜브 채널들을 여럿 구독하고 있다.

–장난감과 문구를 늘린 이유는 뭔가요?

“아이스크림은 여름이 지나면 매출이 떨어지는 ‘한철 장사’ 아이템이잖아요. 아이스크림 판매가 저조한 가을과 겨울에도 매출을 채워줄 제품이 필요했어요. 장난감과 문구는 구매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마진율이 높아요. 아이스크림의 마진율이 25~30%라면, 완구·문구류는 40~45% 정도죠. 물론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유튜브나 SNS를 찾아보는 등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유튜브를 직접 구독하는 건가요?

“네. 마전점의 경우 손님의 90% 이상이 어린 학생들이에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저학년이 가장 많아요. 아이들한테 요즘 인기 많은 간식이 뭔지,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은 뭔지 알기 위해 유튜브를 활용하는 거죠.”

–무인 편의점도 트렌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네요.

“맞아요.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본사에서 판매량이 많은 제품을 분석하고, 신제품을 채워주잖아요. 저는 다 직접 해야 해요. 아이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한 학년만 올라가도 취향도 확 바뀌죠. 트렌드에 뒤떨어지면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인기 상품은 구하기 힘들지 않나요?

“그렇긴 하지만, 반대로 인기가 많은 물건을 바로바로 구해오면 아이들이 더 몰리는 거죠. ‘여기는 늘 새로운 게 있어’라는 인식이 생기면, 살 게 없어도 한 번씩 구경하러 오잖아요. 물론 여러 거래처를 직접 발로 뛰면서 물건을 구해오는 게 쉽진 않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뿌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