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황새라(38)씨는 작년 9월 서울 마포구에 무인 문방구를 열었다. ‘몬스터문구’라는 이름을 짓고, 브랜드 로고를 디자인 업체에 5만원 주고 제작했다. ‘무인 창업’에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얻었다. 잔고장이 적은 키오스크, 가성비 좋은 CCTV 업체 등을 검색해 선별했다. 매장 안에 있는 연필 한 자루부터 수만원대 장난감 세트도, 직접 거래처를 수십 곳을 돌아다니며 골랐다.

몬스터문구는 창업한 지 만 1년 2개월이 지났다. 곳곳에 황씨의 손길이 깃든, 이 10평 남짓한 문방구는 하루에 100명 이상이 찾는다. 월 매출은 1500만원, 순수익만 350만원이 넘는다. 대세가 된 ‘무인 창업’에 단신으로 뛰어들어 성공가도(成功街道)를 달리고 있는 그의 비결은 뭘까?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용강동의 무인 문방구 '몬스터문구'. 사장 황새라씨가 매장에 진열된 장난감 세트를 들고 있다. 몬스터문구는 일반 문구점에서 찾기 힘든 2~3만원대의 고가 제품도 있다. 황씨는 "브랜드 있는 제품을 마련해 품질에 예민한 부모와 아이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싶었다"고 했다./채제우 기자
◇프랜차이즈 대신 개인 창업...창업 비용 3500만원 아꼈다

황씨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심리치료사로 6년 넘게 일했다. 지난 2013년 아이 출산을 계기로 그만뒀고, 8년 간 엄마로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일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무인 창업이 눈에 들어왔다.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 ✅적은 창업 비용✅유연한 근무 시간 등 장점이 많아 보였다. 업종은 문구점으로 했다. 학교 앞 문방구가 하나둘씩 사라지는 요즘, 학용품이나 장난감을 구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모임 장소로 인기를 끌기 좋아 보였다.

–창업 비용은 얼마 정도 들었어요?

“키오스크 350만원, 에어컨 200만원, 인테리어 200만원 등 필요한 설비를 갖추고, 매장을 꾸미는 데 1500만원이 들었어요. 여기에 상품 구입 비용 2000만원, 보증금 2000만원, 권리금 2000만원을 더 하면 총 7500만원이 들었네요.”

–프랜차이즈 창업과 비용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당시 한 무인 문방구 프랜차이즈 회사에 창업 비용을 문의했는데, 최소 70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보증금에 권리금까지 더하면 1억1000만원이죠. 개인 창업으로 3500만원을 아낀 셈입니다.

–개인 창업은 대신 힘든 점도 많을 거 같은데.

“맞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사장이 직접 해야 하거든요. 창업을 준비할 때만 해도, 어디 키오스크가 잔고장이 적은지, CCTV는 어디에 달아야 효과적인지, 모르는 게 태산이었죠. 특히 상품 고르는 게 힘들었어요. 인근 학교의 학년별 준비물, 요즘 아이들한테 인기 있는 장난감 등 자료 조사에 시간을 많이 쏟았습니다.”

–요즘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장난감은 뭔가요?

“올해는 포켓몬 관련 아이템이 잘 나갔고, 작년까지는 ‘푸쉬팝’이 최고 인기였답니다. 푸쉬팝은 실리콘으로 만든 ‘뽁뽁이’ 같은 거예요. 눌렀을 때 ‘뽁뽁’ 소리가 나서 유치원생,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요. 유튜브에서 소개가 많이 되면서 유행을 탔죠. 매대에 12개를 진열해놨는데, 아이들 하교 2시간만에 다 팔린 적도 있어요.”

–문구도 유행을 타나요?

“문구는 골고루 잘 나가는 편이에요. 유성 매직, 사인펜, 지우개 같은 문구는 늘 필요하잖아요. 다만, 포켓몬이 유행이면 포켓몬 캐릭터가 그려진 문구가 유행하는 등 어느 정도 영향도 있죠. 그래서 저는 아이들한테 요즘 갖고 싶은 게 뭔지 물어보기도 하고, 10대들한테 인기 많은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기도 해요.”

–완구, 문구는 어디서 구해요?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문구완구시장, 인천의 장난감 도매업체 등 다양해요. 문구는 주로 인터넷에서 많이 삽니다. 초반에는 거래처가 3~4개 밖에 안 됐는데, 지금은 20개 가까이 돼요. 거래처가 많을수록 단가를 조정하고, 제품을 다양하게 갖추기 좋거든요.”

황새라 사장이 몬스터문구 용강점의 CCTV 화면을 가리키고 있다. 황씨는 손님들이 매장 안이 촬영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매장 중앙에 스크린을 마련했다고 한다./채제우 기자
◇1호점은 350만원, 2호점은 150만원?...무인 창업의 1순위 조건은 ‘입지’

황씨는 작년 9월 서울 마포구에 몬스터문구 1호점을 열었다. 주중에는 빠짐 없이 매장을 찾았다. 하루에 1~3시간 동안 매대를 채우고, 청소를 하는 등 매장을 관리했다. 매장 밖에서도 온전히 쉬지 못했다. 유튜브와 SNS에서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상품을 찾고, 거래처를 돌아다니며 신제품과 인기 제품을 구했다.

그 결과 1호점은 월 평균 순수익만 350만원을 찍는, 소위 ‘대박’이 났다. 이에 자신감이 붙은 황씨는 2달 뒤, 서울 서대문구에 몬스터문구 2호점을 열었다. 그러나 2호점은 이날까지도 월 순수익은 150만원 정도. 같은 사장이,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무인 문방구 2곳은 왜 이토록 차이가 나는 걸까?

–무인 매장을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 뭘까요?

무조건 입지입니다. 무인 매장은 접근성이 중요해요. 무인 매장이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은 상가 1층에 있는 것도 그런 이유죠. 상품이 좋고, 인테리어가 깔끔해도 입지가 안 좋으면 사람들이 찾아 오질 않거든요.”

–몬스터문구 1호점은 입지가 좋은 편인가요?

“제가 몬스터문구를 창업할 때 잘 될 거라는 확신을 가졌던 게 입지 때문이에요. 1호점은 인근 초등학교 후문과 100m 거리에 있어요.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고, 주민들 중에서는 유치원,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가 많죠. 또, 대로변에서 있어서 ‘워크인(Walk In)’ 손님이 오기도 좋아요.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차로 10분이면 올 수 있기도 하고요.”

–집과의 거리도 중요한가요?

“그럼요. 무인 매장은 예상보다 돌발 상황이 많아요. 키오스크에 돈이 걸려서 결제가 안 되거나,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파손되는 등 변수가 많습니다. 늦어도 차를 타고 30분 내에는 도착해야 마음 놓고 운영할 수 있어요. ‘출동’ 할 일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몬스터문구 2호점은 입지가 어떤가요?

“차릴 당시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아파트 단지와의 거리는 가깝지만, 경사진 길 가운데에 있어서 대부분 사람들이 차를 타고 지나가더라고요. 오르막길이라 워크인 손님도 많이 없고요. 똑같은 제품 진열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매출이 1호점의 절반도 안 됩니다.”

–입지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2호점이 매출이 잘 안 나와서 여러 방법을 써봤어요. 매장에서 시간을 더 보내면서 손님들과 안부를 나누고, 일부러 인기 제품을 많이 진열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효과가 크지 않더라고요. 적어도 무인 매장은 입지가 가장 중요한 거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저는 어릴 적 동네 문방구에 소중한 추억이 많아요. 몬스터문구도 그런 곳이 됐으면 해요.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포켓몬 카드를 교환하고, 엄마 손 잡고 학교 준비물 사러 오는, 놀이터 같은 곳. 그런 공간을 계속 늘려가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몬스터문구의 가맹점을 내서 가게를 늘려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