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집안에서 사고를 당하나요?”
이런 의문을 품는다면, 현실을 모르는 것이다. 근육과 뼈가 약한 고령자는 주로 집에서 생활하다 사고를 당한다.
노인대국 일본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사고 669건을 분석해 봤더니, 전체 건수의 77.1%가 집에서 발생했다. 구체적으로는 높은 곳에서 굴러 떨어지거나 혹은 미끄러지거나 넘어져서 다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안전사고는 집안에서 발생하는 낙상 사고(63%)가 가장 많았다. 또 낙상 사고의 74%는 집에서 발생했고, 주로 화장실이나 욕실 바닥에서 미끄러지거나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폐경 이후 골다공증이 심하게 온 여성들이 특히 낙상 사고에 취약했다.
고령층 골절은 청년의 골절과는 다르다. 청년층은 다리 긴뼈 골절이 많지만, 고령층은 대퇴부(무릎 위에서 골반까지 연결 부위) 골절이 많다. 대퇴부가 다치면 목발에 의지해서 걷기 힘들며,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지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의학박사인 히라마쓰 루이(平松類)씨는 저서 ‘노인 취급설명서’에서 “고령자가 집안에서 넘어지면 침대에 누워 있거나 거동을 거의 못하는 와상 상태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면서 “넘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년층은 20~30대에 비해 균형 감각이 최대 80% 떨어지는 만큼, 평소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히라마쓰씨는 강조한다.
“나이가 들면 몸의 중심을 잡기 어려워집니다. 쉽진 않겠지만 어디서든 중심을 잡고 걷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또 집안 사고를 예방하려면, 집을 전체적으로 어둡게 하는 간접 조명도 피해야 합니다. 전구를 밝은 것으로 바꾸거나 추가로 더 달아야 합니다. 밤중에 화장실을 자주 간다면 불도 켜 두세요. 전기요금 아끼려다 골절상 당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내가 몸의 중심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체크하는 간단한 방법도 알아두면 좋다. 일본에선 ‘15초 한발 서기 테스트’라는 게 있다. 눈을 뜬 상태로 한 발로 15초 이상 서 있을 수 있으면 신체 균형을 잘 잡는 상태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15초 미만이라면 중심이 불안정해서 넘어지기 쉬운 상태이니 주의해야 한다. 눈을 감고 한발 서기를 한다면 10초만 넘겨도 괜찮다(눈을 감고 10초 이상 한발 서기를 하는 것은 꽤 어렵다).
이렇게 평소에 한발 서기 시간을 확인해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운동이 된다. 한발 서기를 몇 초나 할 수 있나 확인하기 위해 매일 반복하다 보면 몸의 균형 감각도 좋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