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전화해 안부를 묻는다. 사망하면 장례식을 치러주고, 남은 살림살이를 정리해주며, 행정관청에 사망신고까지 대행해준다. 비용은 최소만 받는다. 일본 지자체가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행정 복지 제도, ‘엔딩 서포트(ending support)’다.

엔딩 서포트는 가진 돈이 많지 않고, 찾아오는 가족도 없는 쓸쓸한 독거노인의 불안감을 달래주기 위해 등장한 복지 혜택이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이 홀로 살고 있는 사회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노인대국 일본에선 홀로 사는 고령자들이 생을 충실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앞장서서 지원해 준다. 사진은 나고야시에 살고 있는 80대 독거 여성./도카이TV

지난 6월 일본 도카이TV는 나고야시에 살고 있는 80세 여성 나가타(永田·위 사진)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29세에 결혼했지만 3개월 만에 이혼하고, 50년 동안 혼자 살았다. 형제자매도 3명이나 있지만 멀리 떨어져 사는 데다, 고령이라서 누굴 도와주긴 어렵다. 고민하던 그가 선택한 것은 나고야시가 펼치고 있는 ‘엔딩 서포트 사업’이었다.

나고야시가 작년에 도입한 ‘엔딩 서포트 사업’은 65세 이상 나고야 시민이면서 자녀가 없고 예탁금 50만엔 이상을 낼 수 있으면 가입할 수 있다.

계약자가 살아있을 땐 한 달에 한 번씩 전화로 안부를 물어주고, 담당자가 6개월에 한 번씩은 가정 방문도 한다. 계약자가 사망하면 전화나 전기 해지는 물론, 채무 해결, 병원비 지불, 가재도구 처분, 행정관청 신고 등까지 예탁금으로 해결해준다. 지금까지 30여명이 가입했다. 비용은 첫 계약시 1만6500엔(약 15만원)이 있고, 매년 1만1000엔(약 10만원)씩 내면 된다.

1인 가구 증가는 일본만의 얘기는 아니다. 한국 역시 고령화와 저출산, 만혼, 이혼율 증가 등이 겹쳐지면서 나홀로 가구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나가타씨는 “나이가 들수록 건강 상태나 생활 환경이 점점 나빠질 것도 걱정되지만, 내가 죽고 난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지도 고민이었다”면서 “화려한 장례식을 원해서가 아니라, 주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엔딩 서포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나고야시 관계자는 “적잖은 고령자들이 오래 살아서 익숙한 동네에서 생을 마무리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사후 처리를 누구에게 부탁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며 “반려동물, 연명치료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본인 의사를 정확하게 파악해둔다”고 했다.

일본 주간지 다이아몬드도 지난 9월호에서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살고 있던 90세 독거 남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 남성은 한밤중에 갑자기 아파서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갔는데 ‘보호자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병원 담당자는 ‘입원 수속이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90세 남성이 요코스카시가 발급한 ‘엔딩서포트’ 증명서를 제시하자, 병원 측에서 흔쾌히 환자로 받아줘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일본은 가족 이외의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에 대해 심리적 허들이 높은 나라다. 때문에 급증하는 1인 독거 노인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여겨진다. 일본 정치인들의 선거 공약에 ‘엔딩 서포트’ 관련 내용이 자주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작년 기준 일본에서 혼자 사는 노인은 약 743만명. 이들은 쇠약하고, 노후준비가 부족해 ‘생활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고령화 일본에선 전통적인 장례 문화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17일 ‘장례식은 필요한가’를 주제로 지상 논쟁을 펼쳤다. 사회학자인 이노우에 하루요씨는 “모든 사람들이 존엄한 죽음을 보장받으려면 공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사후 복지에 대한 보다 더 많은 지원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