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 나이까지 살면 어떡하지?”

지난 9월 일본의 100세 이상 초고령자 수가 9만명을 넘었다는 뉴스가 나오자, 은퇴를 앞둔 중년들 사이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지금도 사는 게 고달파서 힘든데, 앞으로 40~50년을 어떻게 더 살라는 것이냐 아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백세인이 많은 사회 현실을 반영하듯, 일본 출판가에는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80~90대 여성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1925년에 태어나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간호사로 일해 아직도 일하고 있는 이케다 키누(池田きぬ)씨. 그는 미에현(三重県) 쓰시(津市)의 한 실버주택에서 10년째 현역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가 작년에 펴낸 ‘죽을 때까지, 일하겠다’는 자서전은 베스트셀러이고, CBC뉴스가 방송한 이케다씨 일상은 조회수 267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97세 간호사에서 87세 요리 유튜버... 노인대국 일본에선 8090 여성들의 책 출판도 활발하다. 맨위 왼쪽 사진에 보이는 여성이 '죽을 때까지, 일하겠다'를 쓴 97세 간호사 이케다 키누씨.

영상에 나오는 이케다씨는 여느 젊은 간호사들처럼 맡은 일을 척척 해낸다. 환자에게 줄 약물 용량을 정확하게 재는 건 물론이다. 여느 90대 고령자와 달리, 그의 목소리는 명료하고 또렷하다.

그는 귀가 불편한 89세 여성 환자의 혈압을 재서 기록하고, 전신 마사지까지 해준다. ‘날씨가 추우니까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또박또박 글로 적어 환자와 필담까지 나눈다. 등이 굽은 흰머리의 이케다씨가 노인병원 환자를 위해 가래를 빼내며(석션) 일하는 모습은 진심 존경스럽다.

실버주택 입소자들은 이케다씨보다 모두 젊다. 97세 이케다씨가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78세 환자에게 위에 꽂힌 튜브로 영양분을 공급해 주고 있다.

88세에 취직할 당시 2~3년만 일하고 은퇴하려고 했다는 이케다 키누씨. 그는 5년 전인 92세엔 주4일씩 일했지만, 지금은 주 1~2회 반일제로 근무하고 있다. 간호사라는 직업 특성상 서서 일해야 해서 금세 피곤해지는데, 이때는 의자에 앉아 잠깐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가 고령 환자들의 체온과 혈압, 맥박을 다 재고 돌아와 스마트폰에 일일이 입력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97세 간호사 이케다씨가 환자들의 혈압과 체온 등을 스마트폰에 입력하고 있다. 같이 일하는 젊은 간호사들은 그의 이런 모습에 '존경스럽다'며 감탄한다.

출근하지 않는 날엔 나홀로 산보를 즐긴다. 지팡이를 짚고 걷긴 하지만, 그래도 97세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걸음걸이다. 이케다씨는 “나이가 들수록 다리힘이 자꾸 약해진다, 자꾸 걸어야 그래도 근육을 키울 수 있다”면서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 혼자서 이것 저것 할 수 있는 능력이 (노년에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케다씨는 날씨가 좋은 날에 지팡이를 짚고 산책한다.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2층에서 혼자 살고 있는 이케다씨. 남편은 23년 전에 위암으로 먼저 세상을 떴다. 원래는 조카딸 옆의 1층 단독주택에서 혼자 살았지만 올초 매각하고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삶의 마지막을 앞둔 그가 선택한 정리 방식이다.

97세 현역 간호사인 이케다씨에게 과연 ‘일’은 어떤 의미일까.

이케다씨는 “동료 간호사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되면 그때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에 사흘만 있어도 뒤처지는 느낌이 들고 당장 밖에 나가고 싶어진다”면서 “직장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환경에 있는 나의 모습이 훨씬 좋고, 할 수만 있다면 100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