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 내가 35만원, 아내가 20만원으로 1년에 660만원씩 낸다. 이 정도 금액이면 건보 탈퇴하고 비급여 진료받는 게 낫겠다.” (지역가입자 A씨)
“지금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평가손실이 5000만원이 넘는데, 배당 많이 받았다고 건보료 내라네요. 물가가 이렇게 오르는데 공제는 왜 자꾸 줄이는 건가요?” (직장가입자 B씨)
고물가로 가뜩이나 팍팍해진 살림에 건강보험료도 부쩍 오르면서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건강보험 부과 체계를 개편하면서 각종 공제를 대폭 축소하고 피부양자 기준도 강화한 여파다. 일부 가입자들 사이에선 ‘건보료 저항’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6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올해 지역가입자 825만세대 중에 282만세대의 11월분 보험료가 전달보다 올랐다. 전체의 34%다. 또 직장가입자의 추가 건보료 부과 기준이 종전 34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회사원 45만명이 보험료를 더 내게 됐다.
12월 10일까지 납부해야 하는 11월분 건보료는 2021년 귀속소득과 2022년 재산과표를 반영해 산정된다. 건강보험에서 말하는 소득은 이자, 배당, 사업, 근로, 기타, 분리과세(금융·주택임대) 소득이며, 재산은 매년 6월 1일 소유 기준 부동산이다.
건보료를 안 내도 되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은 3가지 허들을 모두 넘어야 유지할 수 있다. ①사업소득이 없어야 하고 ②소득은 연 2000만원을 넘으면 안 되고 ③재산 과표는 5억4000만원 이하(5억4000만~9억원이면 연간 소득 1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단 하나라도 넘지 못하면 탈락이다.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면 바로 지역가입자로 바뀐다. 재테크 전문가 박현욱(필명 슈엔슈)씨는 “고금리 시대에 건보료 부담을 피하려면 각종 금융소득은 본인이 엑셀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관리해야 한다”면서 “지역가입자는 연 5% 예금에 2억원만 맡겨도 건보료 부담이 1년에 78만원 가량 늘어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자금 파킹용으로 쓰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금리가 연 3%가 넘기 때문에 예치 금액이 크다면 이자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박씨는 조언했다.
직장가입자는 월급 이외 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다면 추가 보험료를 내야 한다. 가령 작년 이자·배당소득이 2400만원이었다면 약 2만7000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건보공단이 친절하게 별도 고지서를 집으로 보내준다.
다음 표는 건강보험 부과 제도 개편 이후 직장가입자가 내야하는 건보료 부과 사례다. 근로소득 3000만원인 B씨가 임대소득으로 5000만원을 벌었다면, 9월 제도 개편 이전 기준으로 내야할 총 보험료는 월 16만1190원이었지만 지금은 63% 늘어난 26만2120원을 내야 한다.
‘연금 이야기’의 저자 차경수씨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건강보험은 앞으로 ‘1가구 1건보료’ 시스템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건보료를 빠져나갈 방법은 많진 않지만 금융소득은 가입자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으로 잡히지 않는 금융상품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차씨는 “연 2000만원씩 넣을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연 1800만원 한도인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풀로 활용하면 10년간 최대 3억8000만원까지 건보료 부담 없이 굴릴 수 있다”면서 “해외주식은 매도 후 양도세(22%)만 내면 되기 때문에 건보료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건보료 조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건보료는 2년 전 소득에 부과하는데, 전년도 소득이 2년 전보다 줄었다면 매년 7월에 신고해서 5개월치 보험료를 조정하면 됩니다. 7월에 신고해야 6월분부터 소급해서 보험료를 깎아주니 꼭 기억하세요.”
한편, 현재 금융소득에 대한 건보료 부과는 지역가입자 1000만원, 직장가입자 2000만원이 기준선이지만, 앞으로 이 금액이 336만원까지 낮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월 28만원꼴이다. 정부는 일부 언론 보도에 “추진할 계획이 없다”면서 바로 부인했지만, 전문가들은 건보 재정이 매우 취약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