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과 연결된 지하상가, 이 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빨리 걷는다. 식당도 많지 않고 주로 분식집이나 빵집이다. 빠른 식사나 테이크 아웃이 주를 이룬다.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에 있는 ‘스시마이우’는 회전초밥집이다. 점심, 저녁 불문 대기 30분은 기본이다. 10평 크기에 좌석도 20개가 채 안 되지만 월 평균 매출은 1억5000만원이 넘는다.

이곳의 주인은 프랜차이즈 회사 마이우F&B 대표 이승진(43)씨다. 편의점, 옷가게 등 여러 업종을 거치다 요식업에 안착했다. 지난 2012년 오픈한 스시마이우는 이달 기준 직영점 3곳, 가맹점 8곳이다. 이승진 대표는 고깃집 온유월식당, 치킨집 마틸다 바베큐 치킨, 일식집 스시카세도 냈다. 앞서 여러번 실패한 그는 대체 무엇으로 요식업에서 대박을 냈을까. 지난달 28일 그를 만났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스시마이우' 본점에서 주방 직원들이 초밥을 만들고 있다. 스시마이우의 초밥은 접시당 1500~6000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마이우에프앤비 제공
◇”똥개도 자기 집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

–왜 회전초밥집을 차린 건가요?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고속터미널(이하 고터) 상권은 버스 이용객이나 지하철 환승객 등 시간적 여유가 없는 손님이 많아요. 그래서 음식이 빨리 나오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분식집이 많죠. 저도 처음엔 김밥집이나 국수집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런 식당은 이미 많더라고요. 차별화를 위해 회전초밥집을 차린 거죠.”

–지하상가에서 장사가 될 거라는 자신이 있었나요?

“반신반의 했지만 제 안목을 믿었어요. 회전초밥은 레일에서 초밥을 골라 바로 먹을 수 있어서, 식사가 오래 걸리지 않아요. 더군다나 고터는 바쁜 손님이 많아 회전율이 더 빠르죠. 또 지하상가라고 꼭 저렴한 음식만 찾는 건 아니에요. 서울로 출장 온 비즈니스맨, 여행을 앞둔 연인 등 찾는 사람은 다양하고 구매력은 천차만별이잖아요. 회전초밥은 가격이 다양해서 모두 만족할 수 있죠.

–스시마이우는 가격대가 어떻게 되나요?

“접시당 1500원부터 6000원까지 있어요. 2000~3000원대 초밥이 가장 많이 나가고, 객단가는 2만원 정도예요. 간혹 정말 많이 드시는 분들도 있죠.(웃음)”

지난달 28일 오후, 이승진 마이우에프앤비 대표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사무실에서 특허 증서를 보여주고 있다. 이 대표는 생선회 숙성, 유기농 초밥 배합초, 돼지고기 숙성 등 음식 관련 특허 7개를 보유하고 있다./오종찬 기자

–상권 분석을 많이 했네요.

“부모님이 고터 지하상가에서 25년 동안 옷가게를 했어요. 집도 근처라 이쪽 상권은 잘 알 수밖에 없죠. ‘똥개도 자기 집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도 있잖아요. 고터 주변은 이곳 지하상가가 가장 큰 상권이라, 직장인과 동네 주민도 많이 와요. 저도 주민 입장에서 회전초밥집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고, 내 동네에서 장사하니까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실제로 잘 됐나요?

“오픈 첫날, 영업시간 내내 빈자리가 없었어요. 하루 매출만 300만원이 넘었죠. 지하상가에 있어서 품질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을까봐 호텔에 납품하는 업체에서 회를 받아서 썼고, 수소문해서 실력 좋은 주방장도 모셔왔어요. 신선한 회로 맛있는 초밥을 만드니까 손님은 늘 많았죠. 오픈 3년만인 2015년에는 월 평균 매출이 2억원이 넘었어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스시마이우' 본점. 10평 남짓한 매장에 손님들이 다닥다닥 붙어 초밥을 즐기고 있다./마이우에프앤비 제공
◇초밥집 사장이 회 숙성 특허를 내고, 밥 소믈리에 자격증을 딴 이유

–초밥집은 단가가 비싸서 매출이 잘 나올 거 같아요.

“매출이 잘 나오긴 하지만 남는 게 많진 않아요. 생선회는 기본적으로 재료가 비싸고, 신선도가 중요한 생물(生物)이기 때문에 폐기가 많아요. 실력 있는 주방장을 구하려면 인건비도 만만치 않죠. 고깃집은 운영비의 15%가 인건비인데, 초밥집은 거의 2배죠. 순수익을 따지면 매출의 10% 쯤 됩니다.”

–마진이 생각보다 적네요.

“네. 회전초밥집은 매출은 잘 나와요. 손님들이 가격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 먹다가, 생각보다 돈을 많이 쓰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문제는 폐기량도 더 많다는 거예요. 회전 초밥집에 갔는데, 레일 위에 초밥이 적으면 손님들은 ‘여기는 먹을 게 없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초밥은 상온에 오래 노출되면 맛이 떨어지고, 심지어 상할 수도 있어요. 폐기를 감수하면서 많이 올려둘 수밖에 없는 거죠.”

–폐기량을 줄이는 요령이 있나요?

“돌고 돌아 결국에는 음식 맛이죠. 폐기량을 줄이겠다고 신선도가 떨어지는 초밥을 올려두거나 생선초밥 대신 유부초밥, 튀김롤만 올려두면 손님이 끊겨요. 손님이 없으면 음식은 남고, 폐기는 더 늘겠죠. 초밥 몇 개 버리기 아깝다고 식당 전체 퀄리티를 떨어뜨려선 안됩니다.”

–스시마이우 초밥 맛의 비결은?

“일본은 초밥에 숙성회를 많이 써요. 생선 본연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죠. 저도 2년 연구 끝에 생선회 숙성법을 개발해서 특허를 냈어요. 초밥은 밥맛도 중요하잖아요. 산미를 적당히 살린 초밥 배합초를 유기농 방식으로 만들고, 사단법인 세계음식문화연구원에서 밥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취득했답니다.”

스시마이우의 초밥들. 이씨는 초밥의 맛을 살리기 위한 연구 끝에 생선회 숙성법과 유기농 초밥 배합초 관련 특허를 냈다./마이우애프엔비 제공

–유기농 배합초 특허, 밥 소믈리에 자격증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배합초는 식초, 소금, 설탕을 섞어서 만드는데 저는 설탕 대신 천연첨가물을 넣어서 유기농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밥 소믈리에는 6개월 동안 쌀의 품종, 좋은 쌀 선별법과 밥 짓는 방식을 공부한 뒤, 시험에 응시해 자격증을 받았습니다.”

–특허와 자격증이 장사에도 도움이 되나요?

“저와 제 식당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네이버에 제 이름을 검색하면 특허청에서 발급 받은 특허 7개와 자격증 1개가 같이 나와요. 그렇게 만든 초밥으로 ‘2020 KOREA 월드푸드 챔피언십’에서 초밥 부문 대상(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받기도 했죠. 이런 흔적들이 공신력과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승진 대표는 스시마이우 창업 이후, 고깃집 온유월식당, 치킨집 마틸다 바베큐 치킨, 일식집 스시카세 등 여러 식당 브랜드를 냈습니다. 2탄에서는 대박난 초밥집 사장이 다른 업종으로 진출하는 이유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