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부양 인구가 이렇게 줄어드는데 나중에 연금이나 제대로 나오겠어요? 완퇴(완전은퇴)할 때까지 30년은 살아야 할텐데요. 늙어서 배설 보조 받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퇴직 앞둔 회사원 A씨)
“대학 졸업하고 30년 가까이 돈 버느라 온갖 쓴맛 다 보며 일해왔는데, 60세 은퇴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편하게 살고 싶어요. 돈 버는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50대 회사원 P씨)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앞둔 지금, ‘평생 현역’은 필수일까. 넉넉한 돈을 받아 퇴직해도 ‘완전한 은퇴’를 할 때까지 적어도 30년 이상 살아야 하니 계속 일하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을 때까지 최소한의 생계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그냥 쉬겠다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의 40~60대 중년층은 언제까지 일하고 싶어할까. [행복한 노후 탐구]가 7일 SM C&C 설문조사 플랫폼인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의뢰해 40~60대 성인 남녀 9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봤다.
그랬더니 ‘70세까지 일하고 싶다’는 응답이 전체의 21.8%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65세(18.7%), 75세(11.1%) 순이었다. 놀랍게도 ‘죽기 전날까지 일하고 싶다’는 응답도 7.1%나 차지했다.
노년에 일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는 ‘삶이 무료할 것 같아서(41.5%)’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노느니 장독 깬다는 말처럼, 우두커니 집에 앉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놀기보다는 밖에 나가서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 다음은 연금만 갖고서는 부족해서(31.2%), 건강 유지를 위해(30.2%), 일하는 보람을 느끼기 위해(27%) 순이었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본부장은 “노년에 일을 하려는 이유는 크게 돈, 네트워킹, 시간관리 등 3가지 요소 때문”이라며 “특히 혼자 사는 1인가구의 경우엔 일터를 떠나면 모든 관계가 끊어져서 고독과 외로움이 심해지므로 일을 계속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일의 의미는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는데 20~30대엔 일자리(job)이지만 40대엔 커리어(career)로 변하고 50~60대엔 calling(소명)으로 바뀝니다. 70대에는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니긴 어렵기 때문에 어딘가에 고용되어야만 쓸모가 있는 ‘직장인’에서 전문 지식이 필요한 ‘직업인’으로의 변신이 중요합니다.”(김동엽 미래에셋 본부장)
‘퇴직은 있어도 은퇴는 없다’의 권순용 작가는 “퇴직은 축구 경기로 치면 전반전이 끝난 것인데 0대1로 지고 있다고 해서 넋놓고 울고만 있으면 안된다”면서 “경기 결과는 후반전 포함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이직, 전직, 창업을 통해 후반전에 역전골을 터뜨리면 된다”고 말했다.
최범규 골든트리투자자문 FA운영본부장도 “커넬 샌더스가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인 KFC를 창업한 나이는 62세였다”면서 “수동적으로 맞이하는 노후보다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노후가 더 활력 있고 빛나고 풍요롭다”고 말했다.
일본은 100세 이상 초고령자 수가 9만명을 넘는 세계 최고 장수국가다. 우리보다 더 빨리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일본에는 ‘평생 현역(生涯現役)’을 외치며 70~80대에도 일하는 고령자들이 적지 않다. 회사도 노인이 ‘일을 같이 하기 어려운 존재’라고 보기보다는 ‘노련한 근로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본 FP사무소스토라토의 이요다마코토(伊豫田誠) 대표는 “회사 한 곳에서 정년까지 일하고 그 이후엔 퇴직금과 연금을 갖고 유유자적한 노후 생활을 보내겠다는 계획은 이제 과거형 모델”이라며 “65세 정년까지 일한다고 해도 100세까지 남은 시간은 35년이어서 매우 길기 때문에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일본에선 ‘100세 정년’을 도입한 회사도 처음 등장했다. 지난 8월 일본 IT업체인 브로드엔터프라이즈는 정년을 60세에서 100세로 대폭 높였다. 일본 산업계 역사상 최초다. 브로드엔터프라이즈는 일본거래소 그로스(growth) 시장에 상장된 회사로, 아파트 전용 고속인터넷과 사물인터넷(IoT)시스템 등을 판매한다.
이 회사가 선보인 100세 정년 제도는 능력만 있다면 60세 정년 이후부터 1년씩 갱신해 10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구조다. 나이든 베테랑 직원을 위해 통상 연 1회인 건강진단은 연 2회 실시하고, 의사와의 정기면담도 실시해 무리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베테랑 직원이 보유한 경험이나 능력, 스킬 등을 차세대에 잘 전달해 줘서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7080세대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