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반려 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현재 1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2015년 1조 9000억원 규모였던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4000억원으로 1.8배가 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7년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의 성장은 상품의 고급화, 다양화로 이어진다. 반려동물 놀이터, 반려동물 심리 치료 서비스가 등장한 배경이다. 이번 ‘사장의 맛’ 주인공 애견(愛犬)호텔·유치원 ‘개러리아’의 김유라(45) 대표는 이러한 시장 흐름을 포착한 선두주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은 없지만 사업을 보는 안목은 있다. 실무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1견(犬)1실(室)’ 호텔, 등하원 차량 운영 유치원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기획해 시장을 선점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삼성동 등 구매력 있는 상권을 공략,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호텔의 경우, 대목인 설날은 3달 전부터 예약 대기가 생긴다. 지난 14일, 김 대표를 만나 개러리아의 창업 스토리를 들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애견호텔 '개러리아'의 매장 안. 대표 김유라씨가 본인의 반려견 '말랑이'를 안고 있다. 말랑이는 2016년 김씨가 입양한 포메라니안이다./ 채제우 기자
◇인기 비결은? ”내 딸 말랑이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

–어쩌다 애견호텔을 차리게 됐나요?

“저는 2002년부터 장사를 했어요. 옷가게, 네일숍, 식당 등 다양한 업종을 했죠. 그러다 2016년 지금 키우고 있는 강아지 ‘말랑이’를 입양하게 됐어요. 말랑이를 키우면서 제대로 된 애견 시설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소형견과 중형견을 한 공간에서 관리하는 애견유치원, 좁은 철장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애견호텔에 말랑이를 맡기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때부터 애견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17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애견호텔 개러리아를 차렸어요.”

–브랜드 이름은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영감을 받은 건가요?

“네. 럭셔리 애견호텔을 위한 웃긴 이름을 고민하다 ‘신세개’와 ‘개러리아’가 떠올랐어요. 신세개는 상표 등록이 안 돼서, 개러리아로 정했죠. 처음에 홍보를 위해 랩핑 차를 타고 갤러리아 백화점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웃음을 많이 줬죠.(웃음)”

–‘1견 1실’ 호텔, 비쌀 거 같은데.

“가장 저렴한 스탠다드 객실이 1박에 5만원이고 7만원까지 있으니 비싼 편이죠.(2마리 이상이 입실하는 VIP룸은 9만원). 하지만 한 번 사용해본 고객들은 계속 애용해요. 객실이 지하에 마련돼 외부 소리와 차단되고, 1견 1실이라 합숙(合宿)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어요. 또, 보호자가 핸드폰으로 객실 안을 24시간 볼 수 있고, 요청할 경우 영상통화도 가능해서 고객 입장에선 안심이 되는 거죠. 장기 투숙 고객 중에는 200만원을 선결제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개러리아의 애견호텔 객실 앞 복도. 개러리아 애견호텔은 1견 1실로 운영된다. 소형견을 위한 스탠다드 룸(5만원)부터 합숙을 위한 VIP룸(9만원)까지 가격대와 크기는 다양하다./개러리아 제공

–현재 운영 중인 객실 수 및 예약 상황은 어떤가요?

“삼성본점과 송파점을 합하면 총 33개입니다. 작년 8월 오픈한 삼성본점은 늘 만실이에요. 한 번 이용한 고객이 미리 필요한 날짜를 예약해두기 때문이죠. 송파점은 올해 2월 오픈해 아직 공실이 있어요. 다만, 추석·설날 같은 휴가철에는 지점 불문 3~4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차서, 대기를 해야 합니다.”

–인기 비결이 뭔가요?

“까다로운 운영인 거 같아요. 개러리아는 종합백신, 광견병주사 등 예방접종을 마친 강아지만 받아요. 또 분리 불안이 있어서 수시로 짖거나, 문을 긁어서 소음을 내는 강아지는 따로 분리하고, 입질이 심하면 아예 받지 않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쉬는데 방해가 될 수 있거든요. 제 딸 말랑이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더니 보호자들도 같은 마음으로 좋아해주는 거 같아요.”

–철저하게 강아지 중심 운영이네요.

“그럼요. 애견호텔의 진짜 손님은 강아지들이잖아요. ‘강아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라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개러리아의 객실이 늘 만실이고, 재이용률이 높은 이유는 모든 서비스가 강아지의 편안한 휴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에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개러리아' 삼성본점의 외관. 앞마당에 애견유치원 픽업 차량이 주차돼 있다. 삼성본점은 강남구청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개러리아 제공
◇유치원 가방 메고, 픽업 차량으로 등하원 하는 강아지들

–애견유치원도 잘 되나요?

“잘 됩니다.(웃음) 현재 유치원에 다니는 강아지는 지점 2곳 합쳐서 100마리 정도에요. 유치원도 마찬가지로 서비스 차별화에 신경 썼어요. 선생님 한 명당 최대 10마리로 강아지 수를 제한하고 있고, 책임을 위해 담임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입학하면 유치원 가방도 선물해준답니다.”

–사람이 다니는 유치원처럼 들리네요.

“그게 목표였어요. 보호자들 중에서 강아지를 자기 자식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강아지 생일 때 각종 간식을 동원해 파티를 열고, 안전하고 편리한 등하원을 위해 픽업 차량 8대도 운영하고 있어요. 일종의 고급화 전략이죠.”

김씨와 개러리아 직원들이 유치원에 등원한 강아지들과 놀아주고 있다. 개러리아 유치원은 소형견 기준 주3일 50만원, 주5일 70만원이다./채제우 기자

–3층 건물 통 임대에 픽업 차량까지, 창업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거 같은데.

“삼성본점의 창업 비용은 5억원 정도였어요. 건물 전체를 새롭게 단장해야 해서,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들었죠. 관절 보호용 놀이방 매트, 옥상 인조잔디 등 시설에 투자를 많이 했거든요. 하지만 건물을 통째로 임대하는 장점도 있어요. 건물주 입장에선 공실(空室)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인테리어를 새롭게 하면 건물 가치를 올리는 데 유리해서 조건 협상에 유리해요. 2017년에 입주한 논현동 건물도 개러리아 덕분에 건물값이 2배나 올라서, 이전할 때 건물주들한테 러브콜을 많이 받았어요.”

개러리아 유치원의 생일 축하 파티./개러리아 제공

–매출은 잘 나오나요?

“삼성본점과 송파점의 연 매출은 약 15억원이에요. 매출도 적진 않지만, 애견호텔·유치원은 운영비가 적어 수익률이 좋아요. 제가 전에 식당을 했었는데, 식당은 수시로 달라지는 재료값과 쌓이는 재고가 늘 부담스러웠어요. 개러리아는 임대료, 전기료, 인건비를 제외하면 들어가는 돈이 없어요. 게다가 애견 간식 업체, 장난감 업체 등에서 협찬도 많이 들어와서 아끼는 돈도 많습니다.”

–업계 전망은?

“반려동물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어요. 그만큼 다양한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거예요. 창업을 준비 중이라면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개러리아는 1견1실, 픽업 차량 운영 등으로 시장을 선점했어요. 새로운 아이템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덕업일치’도 되고요.”(웃음)

개러리아 대표 김유라씨는 2017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개러리아를 첫 오픈해, 연 매출 15억원의 회사로 키웠습니다. 김씨의 장사 이력은 2002년 논현동의 8평짜리 옷가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편에서는 옷가게, 네일샵, 짬뽕집을 하며 성장한 김씨의 창업 스토리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