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 전문가들이 가입 1순위 상품으로 추천하는 실손보험. 내가 낸 병원비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어서 아플 때 든든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보험료가 오른다는 것은 단점이다.

은퇴를 앞둔 4050세대는 “내가 병들어서 보험을 쓸 만한 나이가 될 때까지, 이렇게 비싼 보험료를 내면서 유지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년기에는 만원짜리 한 장도 아까워지는데, 수십만원씩 하는 보험료는 부담스럽다. 중장년층이 알아둬야 할 실손보험 갈아타기 3계명을 소개한다.

1️⃣몇세대 실손보험인지부터 확인

실손보험은 언제 가입했느냐에 따라 보장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그래픽 참고>. 그래서 내가 몇 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보험업계는 판매 시기별로 1세대, 2세대, 3세대, 4세대로 나눠 구분한다. 보험 증권을 찾아 가입 시점만 확인하면 된다(설계사나 콜센터에 문의 가능).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실손보험은 1세대다. 정부가 규제하기 전이어서 사람마다 보장 내용은 전부 다르다. 보통 1세대 실손은 해지하지 말고 유지하라고 하는데, 입원비는 전액 보장에 통원비도 5000원 초과 금액을 전부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2009년 10월부터 2017년까지 팔린 상품은 2세대다. 1세대와 달리, 2세대부터는 모든 보험사가 똑같은 보장 상품을 판매했다. 삼성화재에 가입한 사람이나 현대해상에서 가입한 사람이나 보장 내용에는 차이가 없다. 2017년 6월부터 팔린 3세대 실손은 도수치료, 주사제, MRI 등 3대 비급여 특약에 제한이 생겼다.

2021년 7월 이후 현재 팔리고 있는 상품은 4세대 실손이다. 최대 장점은 싼 보험료다. 1세대 실손과 비교하면 보험료가 최대 75% 저렴하다. 보험금을 청구한 이력이 없으면 ‘무사고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 개인별 보험료는 차등화되는데, 병원을 많이 다녔으면 보험료가 최대 4배 오른다.

2️⃣실손 환승 손익분기점은 10만원

15년 전에 월 3만8000원으로 실손보험에 가입했는데, 올해 갱신되면서 33만원으로 올랐어요. 큰병도 없었고 그간 보험금을 청구해 본 적도 없는데..어떻게 해야 하나요?”(73세 여성 A씨)

요즘 보험사 콜센터에는 실손보험료 급등에 성난 가입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1세대 실손에 가입 중인 고령자들이 “이렇게 보험료가 오를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항의한다고 한다.

양세정 보험설계사는 “수입이 끊긴 은퇴 생활자가 실손보험료로 수십만원씩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면서 “1세대 실손이 보장 내용은 가장 좋지만 갱신 보험료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졌다면 보험료가 저렴한 4세대 실손 환승을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4세대 실손보험은 1~2세대에 비해 보장 내용은 축소됐지만, 그 대신 보험료가 무척 저렴하다.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보험은 노년기에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50대 이후엔 ‘저비용 고효율’ 차원에서 좀더 세밀한 보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당장은 과거 실손보험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비싼 갱신 보험료 때문에 갈아타는 시점이 누구에게나 닥칠 것”이라고 했다.

실손보험료 갭이 10만원 이상 벌어진다면 환승을 고려할 타이밍이다. 양세정 보험설계사는 “현재 가입 중인 실손과 4세대 실손 예상 보험료의 차이가 10만원을 넘으면 환승 실익이 있다”면서 “그렇게 아낀 보험료는 따로 만든 병원비 통장에 저축해서 노후 대비용 자금으로 쓰라”고 조언했다. 4세대 실손 예상 보험료는 현재 가입 중인 보험사에 문의하면 알 수 있다.

3️⃣4세대 실손으로 갈아타기 전에 건강검진

지난 2017년 이전에 가입한 1~2세대 실손보험은 보장이 좋아서 소비자 입장에선 어떻게든 버티면서 유지하는 것이 정답이다. 또 이미 큰 병에 걸렸거나 혹은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을 자주 찾는 사람도 예전 실손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유지 비용이 문제다. 모든 실손보험은 갱신형이기 때문에 만기 시점(80~100세)까지 보험료를 계속해서 내야 한다. 병원에 자주 가지 않는 사람들이 개인별 보험료가 차등화되는 4세대로 다 빠져나가면, 1~2세대 실손에는 아픈 사람들만 남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 가능성은 더 커진다.

정부는 과도한 실손보험료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위해 이른바 ‘4세대 전환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1~3세대 실손 가입자는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4세대로 옮겨탈 수 있다(단 같은 보험사여야 함).

4세대 실손 전환을 하기 전에 해야할 일도 있다. 양세정 설계사는 “4세대 실손은 1~2세대에 비해 보장이 축소되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전체적으로 해서 몸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 갈아타야 한다”고 했다. 별 생각 없이 1세대에서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탔는데, 전환한 지 한 달 만에 암이 발견된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4세대 실손 전환 이후 3개월 이내 질병 발견시 철회 가능).

1세대 실손은 80세 만기가 많은데, 4세대로 갈아탄다면 이때 만기를 100세로 늘리는 것도 좋다.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4세대 실손은 이전 실손에 비해 보장은 줄었지만 그래도 실제 치료비의 70~80%는 보장 받을 수 있다”면서 “가계 재정 상황이 어려우면서 무조건 비싼 보험료를 내면서 버티는 것만이 답은 아니며, 4세대 실손만 있어도 돈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극단적인 위험은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보험은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상품인 만큼, 4세대 실손이 보장은 축소되긴 하지만 위험 발생시 경제적인 충격을 완화하는 데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2013년 4월 이후에 가입한 2~3세대 실손은 2028년부터 새 실손으로 자동 전환된다. 2013년 4월부터 팔린 2~3세대 실손에는 ‘15년 재가입 주기’가 있다. 만약 15년 재가입 시점에 4세대 실손이 팔리고 있다면 4세대로, 5세대라면 5세대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