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먹고 싶어하지만 아무나 먹을 수 없는 한우. 전국 한우 사육 마릿수는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작년 355만 마리를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도매가가 석 달 만에 20% 이상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명절을 앞두고 ‘역대급 하락세’라는 말이 나온다.

1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한우를 고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한우 도매가격은 9일 기준 ㎏당 1만5274원으로 1년 전(2만298원)보다 24.8% 하락했다./뉴시스

비싼 한우를 구경한 지 오래인 기자, 고깃집을 기웃거렸다. 그러나 한우는 여전히 비쌌다. 소비자가는 크게 안 떨어진 것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작년 9~12월 한우 등심(1등급)의 도매가가 20% 떨어질 때, 소비자가의 하락폭은 약 5%에 그쳤다.

한우의 소비자가가 비싼 이유에 대해 ✅사육비가 비싸서 ✅유통 단계가 복잡해 중간 마진이 많아서 등의 이유가 나온다. 정말 그럴까? 한우의 유통 단계는 크게 ‘생산-출하-도매-소매’로 나뉜다. 기자가 농가부터 정육점까지, 단계별로 알아봤다.

🕘경기도 한우 농가: “원가 950만원, 손에 쥐는 건 700만원”

‘생산’을 담당하는 한우 농가들은 최근 울상이 됐다. 한우는 대개 30개월이 되면 식용으로 팔린다. 6~7개월 된 송아지를 사서 24개월을 기른 뒤 파는 식이다. 닭(1개월), 돼지(6개월)보다 사육 기간이 길고, 사룟값이 많아 생산 부담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송아지 한 마리를 2년 키우는 비용은 약 300만원이다. 물론, 사육비는 목표 등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경기 광주시에서 30년째 한우를 키우고 있는 임종선(60)씨는 “송아지 한 마리를 키우는 사룟값만 1년새 100만원 넘게 늘었다”며 “전체 비용은 50~60% 늘었다”고 했다. 사료는 대개 수입산, 높은 환율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으로 사룟값이 급등했다. 톱밥 같은 보온재부터, 약값까지 안 오른 게 없다. 임씨는 2년 전 400만원에 송아지를 사서, 24개월 기르는데 550만원이 들었다. 생산원가만 950만원인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우 비육우 한 마리의 생산원가(사육비)는 약 875만원이다.

작년 11월 30일 경남 함양군 휴전면 한우농장에서 유강현씨가 갓 태어난 송아지에게 방한복을 입히고 있다./연합뉴스

‘출하’는 농가에서 기른 소를 살아있는 상태로 직매(40%)하거나 공판장에서 등급을 받고 경매(60%)를 하는 단계다. 경매의 경우, 소는 공판장에서 도축이 된 뒤, 지육(머리, 발, 내장만 제거한 고기) 상태로 등급이 매겨지고 거래가 된다. 이때 산지 가격인 ‘생산가’가 결정된다. 생산가는 농가가 소를 팔고 받은 돈이다. 최근 한우의 공급량이 늘어나, 생산가는 떨어지고 있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최근 2~3등급 한우는 마리당 400만~500만원에, 1등급 한우는 700만원 선에 거래된다. 임씨의 경우 생산원가가 950만원이었다. 임씨는 “요새 농가에선 차라리 소를 다 키우기 전에 팔아 치우자는 분위기”라며 “소값이 떨어져 1등급을 판정을 받아도 적자가 난다”고 했다.

충북 음성군의 축산물 공판장에서 경매 참여자들이 한우 지육을 보고 있다. 옆 화면에는 품종, 중량, 등급 등 세부 정보가 나와 있다./전국한우협회

🕛식육포장처리업체: “우리 마진율 최대 3%”

도축된 한우는 대개 식육포장처리업체로 넘어간다. 식육포장처리업체는 공판장에서 받은 고기를 부위별로 가르고 자른다. 발골·정형 작업이다. 이들이 작업을 끝낸 고기를 소매업자에게 판 값이 ‘도매가’다.

업계에서는 “중간 유통 단계에서 마진을 많이 가져가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한우 한 마리 운송비는 10만원 내외, 가공비는 30만원 정도다.

2022년 1월 18일, 경기도의 한 육가공업체에서 작업자들이 한우를 포장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경기 이천시의 한 식육포장처리업체 관계자는 “매일 한우 40~50마리를 작업하는데, 마리당 마진율은 2~3% 로 고정돼 있다”며 “업계 사람들은 시세를 뻔히 아는데, 소값이 떨어진 상황에서 가공비를 더 올려받는 건 어렵다”고 했다. 소를 고기로 만드는 과정에서도 별다른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농가는 치솟는 생산비에 울상인데, 한우 공급이 늘어나 경매장에서 소값은 20% 가량 떨어졌습니다. 식육포장처리업체가 중간에서 빼가는 유통 마진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도매가는 산지 시세에 따라 20% 이상 떨어졌죠. 한우의 유통 단계인 ‘생산-출하-도매-소매’ 중 이제 소매만 남았습니다. 2편에선 소매 단계에 있는 ‘백화점, 마트, 정육점, 식당’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2편은 오는 20일 오전 10시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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