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람이 폭탄을 잡는 모습이 일본 버블 때랑 똑같다. 시골 상점들이 억 단위 빚을 내서 수요도 없는 대형 빌딩을 세웠던 것이랑 비슷하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판단력이 흐려진 결과다.”
“한국은 명품 구입액이 작년에 전세계 1위일 정도로 뽐내기 욕망이 강하다. 돈이 없어도 외제차부터 사고, 경차는 우습게 생각한다. 집도, 외모도, 자동차도 전부 보이는 것만 중시하는 허세 국민성.”
“전세라는 제도를 처음 알았다. 마치 도박 투자처럼 들린다.... 일부러 버블을 일으키려는 제도 같다. 전세로 집을 빌리는 사람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란 리스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가.”
지난 20일 일본 후지TV가 보도한 9분짜리 한국 부동산 뉴스가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열띤 토론의 장으로 떠올랐다. ‘한국 부동산 버블 붕괴인가, 금리 급상승으로 비참한 상황(韓国の不動産バブル崩壊か 金利急上昇で悲惨な状況に)’이란 제목의 이 영상은 유튜브에 공개된 이후 6일 만에 조회수 106만회를 돌파했고, 댓글은 26일 오전 현재 2300개에 육박하고 있다. 아시아 경제 뉴스는 시청자 관심도가 낮아서 조회수가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다.
후지TV는 영상에서 “일본은 정책금리를 -0.1%로 유지하고 있지만, 이웃나라 한국은 미국 금리인상을 따라 지난 2021년 0.5%에서 최근 3.5%까지 빠르게 올렸다”면서 “최근 5년간 집값이 두 배 이상 급등했던 한국은 정책금리 인상 이후 후폭풍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지TV는 이어 “한국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어지며 집이 투자 대상으로 변했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무리한 ‘영끌 투자’가 유행하면서 또다시 집값을 밀어 올렸다”면서 “하지만 일반인이 좀처럼 사기 어려울 정도로 집값이 지나치게 올랐고, 금리인상 충격이 오자 구매욕은 차갑게 식어 버렸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74.2%로 높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후지TV는 1년 전에 6억3000만원에 집을 구입한 50대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여성은 그 동안 저축해서 모은 돈에 지인(1억2000만원)과 금융회사(1억9000만원)에서 빌린 돈을 보태서 집을 매수했다. 하지만 정책금리가 오르면서 당초 2.61%였던 대출 금리는 최근 4.3%까지 급등했다.
50대 여성은 한 달에 300만원을 벌지만 대출 상환에만 270만원을 쓰고 있다고 방송에서 털어놨다. 일본 네티즌 A씨는 “대출 상환 비율이 소득의 90%에 달한다니, 금융 리터러시(이해력)가 너무 낮다, 수입에 맞지 않게 물건을 사면, 반드시 파탄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일본인 B씨는 “바로 옆에 부동산 버블 붕괴로 실패한 사례가 있는데 배우지 않았나 보다”라고 평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전세계 3위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다. 2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05.6%로, 주요국 43개국 가운데 3위였다. 105.6%는 우리 경제 규모보다 가계부채가 5.6%포인트 더 많다는 의미다. 미국(75.6%), 일본(69%), 독일(55.9%)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다.
지난 18일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 정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가계부채 문제를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고금리 시기에 부채 폭탄이 터지면 경제가 무너져내릴 위험성이 크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전세 제도가 집값 거품 붕괴를 가속화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집값 상승기에 전세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투자법이 될 수 있지만, 집값이 급격히 하락하는 시기에는 전세금 레버리지가 부메랑이 되기 때문이다.
후지TV는 전세 갭투자를 활용해 3주택자가 된 35세 남성이 역전세난으로 보증금 3억원을 돌려주기 위해 하루에 4시간만 자면서 N잡러로 일하고 있는 사연을 소개했다.
영상을 시청한 일본인들 사이에선 “한국의 전세 제도는 마치 온국민이 참여하는 폰지게임 같다”, “전세가 자전거조업(자기 자본이 만성적으로 부족해 남의 돈을 빌려 조업하는 것)이 될 리스크는 모르는 것인가”, “집값거품 붕괴로 경제 난민이 되어도 일본에 통화스와프 해달라고 하지 말라”는 말들이 나왔다.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한 일본인은 “한국 전세 제도는 정말 문제가 많다, 보증금을 집주인이 바로 내주지 못하며 다른 세입자가 이사를 들어와야만 받을 수 있다”면서 “이런 리스크를 한국인들도 최근 깨달았는지, 일본과 비슷한 월세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 말미에 일본 방송 앵커가 “일본도 한국처럼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겠느냐”고 묻자, 서울 주재 특파원은 “일본은 한국처럼 집값이 급등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도) 한국과 같은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곤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본 메이지대의 사이토 타카시(齊藤孝) 교수는 “어느 나라건 부동산 버블은 꺼지게 되어 있다”면서 “한국에만 있다는 전세는 실거주용이 아니라 투자 목적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상승기에 수익은 내기 쉽겠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커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