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나라에 다니면서 카지노를 많이 구경했다. ‘카지노 천국’이라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갔을 때, 내가 슬롯머신에 동전을 넣었을까? 전혀 하지 않았다. 남아프리카에서는 거래처 사람이 나를 접대한답시고 카지노에 데려갔는데, 나는 역시 구경만 하다가 빨리 돌아가자고 했던 기억이 있다. 행운을 기대하며 재미삼아서 한 번 할 수도 있는데, 나는 왜 하지 않았을까?

확률 게임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길 확률이 더 크다면 카지노 회사들이 수익을 내고, 그렇게 근사한 건물들을 보유할 수 있었을까? 카지노 회사가 잘 나간다는 건, 내가 게임에서 질 확률이 더 크다는 것 아닌가. 나는 내가 질 확률이 더 크면, 그 게임은 절대 하지 않는다.

/조선DB

금융상품 투자도 마찬가지다. 펀드를 예로 들면, 한국에서 투자할 수 있는 국내외 펀드 종류가 적어도 1만개 이상은 된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그런 상품들을 만드는 것일까? 금융 공학자들이다. 어떻게 만들까? 각종 금융 데이터와 통계 수치 등을 근거로 해서 만든다.

확률 게임처럼 생각해 보자. 펀드는 그걸 만들어서 운영하는 쪽에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만들지, 그걸 구매한 사람에게 더 유리하게 만들 리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금융 공학자들이 만든 상품은 섣불리 믿으면 안 된다.

그러니 언론에서 무슨무슨 펀드의 수익률이 높게 나왔다는 기사가 나올 때는 주의하여라. 어떤 자산운용사가 운영하는 펀드는 한두개가 아니며 종종 수백개 이상이다. 그런 펀드들의 설정액은 5억짜리도 있고 5000억짜리도 있다.

설정액이 작은 어떤 특정 소형펀드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설정액이 큰 대형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보다 훨씬 용이하다. 그렇게 수익을 낸 뒤 보도자료를 돌리는데, 때로는 그게 얼마짜리 펀드인지는 밝히지 않고 수익률(%)만 강조되곤 한다.

게다가 어떤 운용사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얼마라는 것도 사실은 웃기는 숫자놀이일 수도 있다. 쉽게 말해 1억짜리 펀드 수익률이 20%이고 1000억짜리 펀드 수익률이 1%라고 하면 10.5%[(20+1)÷2]를 평균 수익률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또 어떤 특정인 혹은 특정법인 하나만을 위한 펀드도 있는데, 이것은 대외적으로 잘 공개되지 않는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 아들'의 주인공인 진도준./jtbc

“자본시장이란 게, 원래 사람들의 적당한 무지와 탐욕을 동력으로 굴러가는 곳”

얼마 전 인기를 끈 ‘재벌집 막내 아들’이란 드라마에 나온 대사인데 백번 맞는 말이다(나는 현실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는데, 아내가 보는 바람에 중간에 껴들어가 결국은 다 보았다).

갑작스런 장례에 대비해 선택하는 회원제 상조회사는 작년 9월 기준 757만명이 가입 중이고 선수금(소비자에게 미리 받는 돈)도 7조8974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회원제 상조회사는 어떻게 운영될까? 어떻게 상조회사는 광고비를 계속 쏟아부으면서 전국에 많은 지사와 직원을 둘 수 있을까? 월 회비를 내면 이러저러한 혜택이 있다는데 그 좋은 혜택들을 다 주고 나면, 납입한 회비로는 감당이 안될 텐데 말이다.

/조선DB

자, 가족 누군가가 사망했다고 치자. 장례는 치러야 하는데 경황이 없다. 상조회사에서 약속한 것들만으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추가로 나가야 할 비용이 있지만 이미 회비를 내왔고 견적 비교를 할 상황도 아니므로, 그저 하라는대로 다 수용하게 된다. 물론 부조금이 들어오므로 웬만큼은 충당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뜻인가 하면, 회원제 상조회사 입장에서 볼 때 미래 어느 날 틀림없이 발생할 수입원이 99% 이상의 확률로 보장되어 있으며, 장지나 화장장 선택 같은 것에서 추가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 어째서 수많은 회원제 상조회사들이 생겨나고 있고 영업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풀 수 있는 단초다. 지사들 역시 프랜차이즈나 가맹점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무리가 없다.

적금을 들었다는 마음으로 회비를 내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보다는 은행에 적금을 들고 장례식장이 제공하는 장례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후불제 상조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다음 글에서는 각종 사기를 당하는 피해자들의 공통점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