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프랑스 파리 소더비 경매에 나올 레전드급 스포츠카에 전세계 차량 수집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1967년에 만들어진 일본 도요타의 스포츠카인 2000GT. 숀 코너리가 주연한 영화 007시리즈 ‘두번 산다(You only live twice)’에 등장한 ‘본드카’로 잘 알려져 있다.
소더비의 자동차 전문 경매회사인 RM소더비는 최근 “2월 1일 파리에서 열리는 클래식카 경매에 1967년에 생산된 도요타 2000GT를 출품할 예정”이라며 “지난 2015년부터 독일인 수집가가 소장하고 있던 차량”이라고 밝혔다. 도요타 2000GT는 1970년 단종 시점까지 전세계에 단 337대만 생산되어 희소 가치가 높다. 경매 낙찰가는 1억2480만엔(약 11억80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인 A씨는 “희귀차는 주인을 만나면 팔리는 것이기에 가격의 타당성을 따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야마하와 함께 지난 1965년 도쿄 모터쇼에서 스포츠카 프로토타입(원형)을 처음 발표했고, 2년 뒤인 1967년 5월에 완성차인 2000GT를 선보였다. 일본의 순수 기술력으로 스포츠카를 만들고, 재규어 E타입과 포르쉐 911과 경쟁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2인승인 도요타 2000GT는 당시 내로라하는 명품 스포츠카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야마하제 2L 직렬 6기통 DOHC 엔진을 탑재해 최고 시속 220km까지 달릴 수 있었다. 외관은 영국 스포츠카의 전형인 ‘롱노즈 숏데크(전면 보닛이 길고 후면부는 짧음)’를 적용해 세련된 디자인을 뽐냈고, 내부는 월넛과 로즈우드 등 목재를 활용해 고급스럽게 꾸몄다.
일본의 자동차 장인들이 혼을 담아 만든 도요타 2000GT 출시 가격은 238만엔이었다. 일본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이 2만6000엔에 불과했던 시절이었다. 238만엔은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000만엔(약 1억9000만원) 정도다. 지금도 비싸지만, 당시에도 도요타의 고급차인 크라운을 두 대나 살 수 있을 만큼 고가였다. 하지만 수제 작업이다 보니, 차를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였다고 한다. 북미에는 총 60대가 수출됐지만, 그다지 인기는 없었다.
일본 도요타가 2000GT를 세상에 출시하며 이름을 알렸던 그해, 한국 현대차는 현대그룹 무교동 사옥에서 자본금 1억원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그 당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머지않아 한국 자동차, 우리 자동차 부품이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반드시 온다고 나는 확신한다”고 했다. 스승격인 일본차를 언젠가는 따라잡겠다는 야심찬 포부였다. 그리고 1976년, 국내 자동차 역사상 최초의 독자 모델인 포니1이 나왔다.
1967년만 해도 격차가 컸던 한일 자동차 회사는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
일본 도요타는 작년에 전세계 판매량이 1000만대를 돌파하며 3년 연속 전세계 1위를 지켜내고 있다. 하지만 해외 업체들이 선점한 전기차 부문에서 존재감을 높여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세계 2위는 독일의 폭스바겐그룹(826만대)이었다. 한국 현대차그룹은 작년 글로벌 3위였던 르노·닛산을 제치고 3위(385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56년 전 한일 자동차 생산 기술력 차이를 놓고 보면, 한국 자동차 산업이 눈부신 압축성장 신화를 쓴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